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두 회사의 강점과 약점도 더욱 선명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썼으나 제조업 이상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고, LG전자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스마트폰 사업부문이 고민이다.

삼성전자 신기록 행진...어디까지?
삼성전자는 13일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 매출 62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 15조원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증권가 예상치이던 영업이익 14조3800억원을 약간 넘기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연내 50조원 영업이익, 매출 200조원도 무난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반도체에서만 거의 10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장기호황에 접어든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미 반도체 거인 인텔을 누른 가운데 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따른 경쟁자와의 기술격차도 커지고 있다.

▲ 삼성전자 평택공장. 출처=삼성전자

D램은 모바일 D램의 수요가 늘어나며 중국을 중심으로 판로가 확대되고 있으며 서버용 D램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3D 낸드플래시 기술의 발전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전체 기업들의 생산량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아 소위 치킨게임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고무적이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생활가전도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갤럭시S8에 이어 갤럭시노트8이 순항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큰 걱정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록 갤럭시S8 판매량이 둔화되고 있으나 추후 갤럭시노트8 판매가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면 IM부문의 영업이익은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OLED를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살아나는 대목이 중요하다. 다만 LCD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리지드 OLED 가동률 하락과 플렉서블 OLED 출하 지연 등이 겹치며 3분기에는 약간 주춤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가전은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추정된다. 계절적 요인과 환율 변동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 실적치고 준수한 편이다. 간판 라인업인 QLED TV가 조금씩 살아나며 일부 지역에서 주간 단위로 OLED TV 판매량을 뛰어넘는 등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준 것이 고무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추후 영업이익 증가를 주도할 전망"이라며 "반도체 영업이익이 3분기 전체의 68%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비록 잠정실적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4분기를 넘어 내년에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장기호황에 접어든 상태에서 시설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프리미엄 중심의 스마트폰 출시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 세트 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여전히 제조집약적 비즈니스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옥의 티로 남는다.

최근 삼성전자는 빅스비 개발을 주도하던 이인종 부사장 대신 정의석 부사장을 개발 총괄로 변경해 눈길을 끈다. 생각보다 살아나지 못하는 빅스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최강자는 변함이 없지만 소프트웨어 전략에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글로벌 ICT 업계의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현 상황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하청업이 매력적이지만, 탈 제조업 로드맵도 더욱 강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 LG 시그니처 전시. 출처=LG전자

선방한 LG전자...스마트폰 어찌할꼬
LG전자는 10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5161억원, 매출은 15조2279억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3분기 실적으로는 2009년 3분기 이후 8년 만의 최대치다.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백색가전의 왕자라는 별명처럼 HE(TV오디오)사업본부와 H&A(생활가전 에어컨)사업본부가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특히 OLED TV를 중심으로 둔 가전 라인업이 위력을 발휘하며 LG전자의 행보에 힘을 더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LG전자의 OLED TV는 국내에서 월판매량 1만 대를 처음으로 넘어서며 대중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포르투갈, 호주 등 선진 시장 11개 국가의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이 실시한 성능 평가에서 1위를 싹쓸이하는 등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OLED TV는 올해 LG전자 국내 TV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며 시장에 완벽히 정착했다는 후문이다.

또 가전 일반은 빌트인과 B2B 수요가 늘어나며 순풍을 타고 있다. 일종의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며 가전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10월 한 달 동안 뉴욕 맨하탄에 있는 프리미엄 백화점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 등에 LG 시그니처 주요 제품을 전시하며 가전 경쟁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재료비 원가 상승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진이 겹치며 크게 휘청였다. 특히 스마트폰 관련 일회성 비용이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는 등 좀처럼 동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3분기 실적은 스마트폰 사업부가 아쉽다"며 "(스마트폰에 소요되는) 일회성 요인이 없었다면 LG전자 3분기 실적은 오히려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LG G6 체험존. 출처=LG전자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스마트폰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강세가 여전한데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의 반격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특히 LG G6에 이어 LG V30은 특별한 논란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양강체제에 의미있는 균열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멀티 미디어 의존 일변도를 벗어나 프리미엄 자체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틈새시장을 노리며 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도 상황이 녹록치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평가다.

다만 LG V30이 최근 북미시장 진출을 시작한 상태에서 V 시리즈 최초로 유럽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외연적 확장을 거듭하는 대목은 의미있다는 평가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협력하는 한편 스마트씽큐 등 자체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가동해 스마트폰 너머의 초연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