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현재의 주식회사가 주류가 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의 ‘철도와 운하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제로 성장론자인 저자는 이전 저서 <100년 디플레이션>, <사람들은 왜 글로벌 경제의 본질을 오해하는가>, <끝없는 위기, 당신은 세계화의 진실을 보았는가>를 통해 자본주의가 한계를 맞이했다는 것을 설명해왔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종언과 역사의 위기>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쇠퇴를 믿지 않고 성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성장 신앙’을 비판한 바 있다.

이 책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에서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더 이상 자본이 자기증식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자본주의의 주역인 주식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핀다.

이전까지는 기업 이익과 주가가 오르면 호황이 왔고, 여기에 ‘낙수효과’로 노동자의 임금도 함께 증가해왔다. 하지만 20세기 말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기업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높은 주가를 유지하며 자본을 불렸다. 자본 제국의 현시대에서, 주식회사의 주주들의 배당금은 갈수록 높아지고 가계 수입과 저축액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가계 수입의 하락은 구매력의 하락으로, 그리고 기업 성장의 정체로 이어지고 결국 주주들은 노동자 임금을 깎아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식회사라는 시스템’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주식회사에 대해 분석하면서 그 성장의 시대적 배경과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다.

철도와 운하 시대의 ‘더 빠르게’, 대항해시대의 ‘더 멀리’, 과학혁명의 ‘더 합리적으로’는 근대를 특정하는 세 가지 원리다. 하지만 이미 우리에게는 이것을 실현할 지리·물리적 공간이 없다. 저자는 이 현실을 지적하고, 이제는 성장 그 자체가 수축을 낳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사고방식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는 이제 ‘더 여유롭게, 더 가까이, 더 관용적으로’로 바뀌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잇따른 기업 비리, 빈부 격차 확대, 국가 채무 증가, 인구 감소 등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한 현재, 저자의 주장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