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CRM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론적인 답을 해보자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충성도를 상승시킴으로써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객들의 정보를 분석해 기존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2가지 답이 같은 맥락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전자는 서비스와 마케팅 중심이라면 후자는 세일즈 관점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모두 중요하지만 필자에게 CRM 활동의 이유를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를 답할 것이며, 이것이 선행되어야 조직 내에서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세일즈 관점에서 CRM의 핵심 역할은 예측을 통한 추천이다. 사실 이것은 CRM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과는 좀 더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처럼 고객의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맥주 구매자들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자신들의 구매패턴을 기업이 미리 예측함으로써 기저귀 제품을 추천했던 경우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정교하게 고객을 분석해보면 단지 구매패턴 등과 같은 1차적인 접근 외에도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CRM 활동을 하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멤버십 정책을 운영하고 있고, 그에 따른 고객등급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작게는 2개부터 많게는 5개 정도의 등급으로 고객들을 분류해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제대로 CRM 시스템이 구축된 기업이라면 외부적으로 노출되는 제도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훨씬 더 정교하게 고객 세분화되어 있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VIP와 일반 등급으로 나뉜 A 기업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가지 고객등급을 운영하고 있는 A 기업의 CRM 부서는 내부적으로 적어도 6개의 하위 고객집단으로 세분화해 각각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보통 6개의 고객군은 RFM(Recency 최근에, Frequency 얼마나 자주, Monetary 얼마나 많이)을 기준으로 ‘기존 VIP 고객, 평균 객단가 기준으로 한 번만 더 구매하면 VIP가 될 수 있는 고객, 일반 고객, 특정 시점이 지나면 휴면 고객으로 하락될 확률이 높은 고객, 휴면고객, 휴면고객에서 완전히 이탈한 고객’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CRM 부서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끊임없는 분석과 예측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고객군은 어디인가? 바로 기업의 CRM 활동을 통해 등급의 상승을 촉진하거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VIP 가망고객군과 휴면 또는 이탈 예정 고객군이다. 해당 고객군에 대한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구매 패턴을 예측한 후 이에 적합한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함으로써 추가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CRM 부서만이 할 수 있다.

VIP 가망고객군의 경우에는 추천 기반의 구매유도를 통해 기존 구매주기보다 빠르게 VIP 등급으로 상승시킨다면 해당 고객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혜택의 증가로 인해 충성도는 더욱더 올라갈 것이고, CRM 부서는 해당 고객들을 활용해 기업의 멤버십 제도에 대한 장점을 적극적으로 입소문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번 VIP 대접을 경험한 고객들은 제도상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신의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구매와 추천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CRM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휴면이나 이탈 예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예측 기반의 CRM 활동은 VIP 고객 관리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CRM 자료에서 항상 언급되었던 내용 중 하나가 신규고객 확보비용은 기존고객 관리비용의 5배이며, 그렇게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사실 현재는 5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다 할지라도 정확한 신규고객의 정보를 확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의 CRM 부서는 최우선적으로 과거 휴면이나 이탈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세심하게 분석함으로써, 이와 유사한 패턴이나 징후를 보이는 고객들에게는 사전에 강력한 오퍼(Offer) 제공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CRM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다양한 고객정보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단지 현황파악이 아닌 고객들의 향후 행동변화에 대한 예측에 활용하고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구매활동을 추천하는 데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