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삼성전자의 스마트 가전 협력이 빨라지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해 스마트 가전 생태계를 짜는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의 초연결 인프라는 내적 생태계 강화로 굳어지는 분위기지만, 카카오의 인공지능과 손을 잡고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빠르게 노리는 분위기다.

카카오와 삼성전자는 12일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를 삼성전자 생활 가전제품에 연동해 스마트 가전 서비스를 함께 구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카카오 I를 삼성전자의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와 연동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한 후 나온 두 번째 공개협력이다.

▲ 출처=카카오

스마트 가전 서비스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카카오미니(카카오의 스마트 스피커)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 가전제품을 명령하고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의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음성 엔진, 대화 엔진(챗봇) 기술을 삼성전자 가전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는 향후 에어컨 켜고 끄기 등 개별 기기의 기능을 음성 명령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제어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활의 맥락과 이용 패턴의 학습에 기반을 둔 종합적인 기기 제어를 구현하기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예상보다 파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이인종 부사장이 빅스비 최전선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두 회사의 협력이 빨라지고 있는 데  시선이 집중된다. 카카오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넘어 현존하는 모든 하드웨어 플랫폼을 일종의 인터페이스 일부로 규정, 카카오 I를 녹여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와의 협력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가전 경쟁력과 만나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그릇'을 찾고있는 셈이다. 당연히 가전시장 큰 손인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도 빅스비 단독으로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와 만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당장은 국내 시장에서만 통용되는 방식이지만 향후 비슷한 형태의 글로벌 협력 타진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김병학 AI부문 총괄부사장은 “삼성전자와의 추가 제휴로 모바일(이동), 가전(홈)의 영역에서 카카오 I를 많은 이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다”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생활의 혁신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구성기 상무는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 차별화된 스마트가전 기술 리더십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진화한 모바일라이프 플랫폼인 카카오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IoT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소비자들이 IoT경험을 더 간편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