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정체에 빠지고 회사의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현대차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발표했다.          출처= Hyundai Motor America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딜러들의 자동차 판매 방식을 전면 바꾸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고객의 집이나 원하는 장소까지 시험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구입 후 사흘내  환불 보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상들의 판매 기법과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업체들의 전략을 연구한 후, 이 같은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고객안심계획”(Shopper Assurance Plan)'이라는 명침이 붙은 이 전략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진데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최근 심각한 매출 하락을 보였음에도 고객의 취향에 대한 반응이 지지부진했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나온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승용차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펼쳐왔는데, 이미 저유가로 크로스오버나 SUV 같은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욕구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객안심계획은 커피숍이나 사무실 등 어디든 고객들이 원하는 장소까지 차량을 인도해 주는 것을 포함해 시험 운전을 폭넓게 적용한다. 이는 차를 사기 위해 딜러 매장을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이고, 고압적인 판매 전략에 대해 고객이 갖는 부담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는 또 딜러 웹사이트에 게재되는 가격에 대해 보다 투명한 정책을 펴기로 했으며, 고객이 쇼룸을 방문하기 전에 웹사이트를 통해 대부분의 서류를 작성할 수 있게 해 거래 과정을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딘 에번스 미국 현대자동차 마케팅 책임자(CMO)는 딜러들에게 고객안심계획에 참여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불 보장 계획은 이 업계에서 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지만, 아직 표준 관행은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일단 판매하면 끝인 게 보통이었다.

현대차도 과거에 반품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금융 위기 당시, 고객들은 차를 산지 1년 이내에 직장을 상실하거나 소득이 없게 되면 차를 반납할 수 있게 해 준 바 있다.

현대차는 1990년대 후반에 초기 이 회사 차의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10년 또는 10만 마일 보장을 선보이며 업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은 업계의 표준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이듬 해 다른 경쟁 업체들도 따라했을 정도였고, 현재차로서는 미국 진출 10년 만에 큰 도약을 한 계기가 되었다.

에번스는 현대차가 자동차의 품질 이상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현대자동차도 품질에 관한 한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고 9월 판매량도 지난 해보다 13%나 떨어졌다.

“우리는 세상이 자동차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자동차를 사기 전과 후에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안다면,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번스는 회사가 이번 고객안심계획을 고안하면서, 자판기에서 차를 팔고 배송까지 해 주는 자동차 판매 스타트업 카바나(Carvana Co.), 중고차 소매상 카막스(CarMax Inc.), 그리고 아마존까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연구 과정에서 소비자 조사도 함께 실시했는데,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현대차가 고객안심계획을 도입한다면 타사 보다 현대차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동차 가격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켈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의 레베카 린드랜드 분석가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 주로 고급차 브랜드 회사들도 이번 현대차의 고객안심계획 내용의 일부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현대차처럼 종합적인 서비스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뷰익도 2015년부터 참여 딜러에 한해 24시간 시험 운전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뷰익의 소유주인 GM도 2003년과 2004년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이 있다. BMW도 일부 차종에 한해 시험 운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레베카 린드랜드 분석가는 “이런 종류(고객안심계획 같은)의 서비스들이 고객으로부터 넓은 호응을 얻을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시장이 정점을 지나 하락기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세대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프로그램이 더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