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은 신세계푸드 SWEET개발팀 팀장이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든 비건 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00세 시대다. 수명연장에 따라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며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웰빙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는 이유다. 최근에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에그포비아(Egg Phobia, 달걀과 공포증의 합성어)’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 재료에 더욱 민감하고 까다로워졌다.

먹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위로를 받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커피를 즐기는 문화와 접목되면서 달달한 디저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아울러 식생활의 변화로 빵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간식으로만 여겨지던 빵이 ‘주식(主食)’으로 급부상했다.

이 모든 수요를 고려해 업계 최초로 ‘비건(Vegan, 채식주의) 베이커리’가 탄생했다. 비건 베이커리는 계란,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완전히 배제하고 만든 제품이다.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자,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만든 먹을거리다. 비슷한 종류의 빵보다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와 디저트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도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다.

비건 베이커리의 탄생을 진두지휘한 김창은 신세계푸드 SWEET개발팀 팀장을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왜 ‘비건 베이커리’인가?”

베지테리언 확산… 달달하고 맛있는 ‘건강 빵’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베이커리를 즐기는 것이 익숙해졌고, 달달한 디저트에서 위로를 얻고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더불어 ‘웰빙’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김창은 팀장은 여기에 더해 건강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베지테리언(Vegetarian, 채식주의자)의 확산에 주목하면서, 약 1년 전 ‘비건 베이커리 만들기’ 여정에 발을 들여놓았다.

“미래지향적인 먹을거리를 찾던 중 베지테리언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고열량 포화지방산 섭취로 인한 건강 저해 요소를 줄이고 계란이나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 보자는 취지에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팀장은 국내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다. 당시 취미 차원에서 비건 베이커리를 만드는 소규모 모임이 있었지만,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비건 베이커리를 먹고 싶어도 막상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드물었다. 일부 소형 베이커리에서 비건 빵을 팔고 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도 입맛에 맞지도 않았다.

그는 해외로도 나가봤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이미 5년 전부터 비건 베이커리가 주목받고 있었는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매장도 있을 만큼 점점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굳혔던 계기다.

“비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전 세계 베지테리언의 숫자는 5억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이나 매스컴을 통해 비건 제품을 접하고 있으며, 채식주의를 하는 연예인들의 사례 등도 소개되면서 관련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창은 신세계푸드 SWEET개발팀 팀장이 비건 베이커리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두부가 싫고, 저녁을 거를 수밖에 없는 이유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계란,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완전히 배제하면서도 기존에 우리가 즐겨 먹던 베이커리와 똑같은 맛을 내는 것을 목표로 대체 재료를 찾아 나섰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재료를 찾기 위해 미국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수입 과정에서 통관에 문제가 생기는 등 노력에 비해 결과를 얻는 게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보자고 집중했어요. 그 결과 계란 대체품으로 레몬에 베이킹 소다를 적절한 비율로 섞으면 빵을 부풀리는 팽창력을 높이는 데 손색이 없더라고요. 버터는 올리브 오일, 호두 오일 등 넛츠류에서 생산되는 오일을 활용하고요. 우유는 두유와 두부로 대체해 봤습니다. 그런데 두부를 빵에 넣어 만드니 비린 맛이 강하더라고요. 이것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향을 첨가해 실험한 끝에 계피향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두부 냄새에 너무 질렸어요. 지금도 두부는 안 먹습니다.”

김창은 팀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을 했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 때까지 연구한 빵을 먹어보고 다시 또 만들어서 먹어보는 게 김 팀장이 제품을 개발해내는 과정의 대부분이다. 그는 저녁식사를 안 한 지 2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렇게 또 1년간 저녁식사를 거를 수밖에 없었던 그가 내놓은 작품이 바로 ‘비건 베이커리’이다.

변비 없고, 소화도 잘되고… “평창서 만나요!”

김 팀장은 완벽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비건 제품을 즐겨 찾게 되면서 가장 먼저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속쓰림을 느껴요. 그런데 직업 특성상 또 많은 빵을 맛봐야 하는 운명이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건 빵을 먹으면 이런 문제들이 사라지더라고요. 가장 좋은 점은 식물성 재료만 들어간 제품이다 보니 변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또 유당불내증(우유 등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는 사람들도 많던데 이런 분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죠.”

▲ 김창은 신세계푸드 SWEET개발팀 팀장이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든 비건 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비건 베이커리를 찾는 수요는 다이어트를 고려하는 여성과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까다로운 주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푸드가 내놓은 비건 베이커리 ‘바나나 피칸 파운드(125g)’는 365㎈인데, 이는 스타벅스에서 판매 중인 ‘피스타치오 파운드(125g)’의 550㎈보다 185㎈나 적지만 중량은 같다. 비건 베이커리는 보통 비슷한 종류의 빵보다 150~200㎈ 정도 적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최근에 살충제 계란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에그포비아’라는 말도 많이 나왔잖아요. 이미 1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가 완성된 시점에 비건 베이커리를 내놓으면서, 시기가 맞아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개발자로서 소비자들이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죠.”

내년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코리아표 비건 베이커리’를 소개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가 평창동계올림픽 케이터링 서비스부문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외국 선수들에게 비건 베이커리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신세계푸드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식은 물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많은 이유 중에서 업계 최초로 선보인 비건 베이커리의 경쟁력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해외의 경우 베지테리언이 더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식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 큽니다.”

김 팀장은 내년에는 평창에서 비건 빵을 만들어 선수들은 물론 많은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선보여 우리나라의 빵 만드는 기술력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다.

“앞으로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빵처럼 맛있는데 더 건강하고 가격적인 저항선도 없는 다양한 비건 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참기름, 들기름, 두부 등 국내산 제품을 최대한 활용해서 비건 제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요즘 달달한 디저트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아졌잖아요.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