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무서운 이유는 연소에 필요한 조건만 맞으면 모든 것을 태워서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차별적이다. 따라서 불을 이용하는 공격인 화공(火攻)은 그 사용 조건에 따라 상대방은 물론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화공(火攻)의 사용법에 관해 <손자병법>의 제12편 화공편(火攻篇)도 건조하고 바람이 있는 날이 화공에 적합하고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화공(火攻)은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격 방법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할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손자는 화공편에서 조금 차원이 다른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그것은 이익이 없음에도 감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전쟁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그 내용은 군주가 노여움 때문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가 분노로 전투에 임해서도 안 된다(主不可以怒而興師 將不可以慍而致戰).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부합하지 않으면 멈추어야 한다(合於利而動 不合於利而止).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로서 노여움은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고 분노는 기쁨으로 바뀔 수 있지만(怒可以復喜 慍可以復悅) 망해버린 나라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亡國不可以復存) 죽은 사람은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死者不可以復生).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이를 삼가하고 좋은 장수는 이를 경계한다고 하면서(故明君愼之 良將警之) 이것이 바로 국가를 보전하고 군대를 온전히 하는 길이라고 했다(此安國全軍之道也). 또한 싸워서 이겨 놓고도 그 공과를 지키지 못하는 것을 흉하다고 하면서(夫戰勝攻取 而不修其功者凶), 이로운 점이 없으면 움직이지 말고, 얻는 것이 없으면 사용하지 말며, 위태롭지 않으면 싸우지 말라고 했다(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화공(火攻)은 현대의 기업 간 경쟁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손자가 말한 이로운 점이 없음에도 감정으로 인한 소모적인 전쟁을 경계하는 대목은 현대의 특허분쟁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 특허분쟁의 결과가 현재 또는 미래의 기업가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 아무런 실익이 없음에도 명확한 판단 없이 변화가 심한 감정에 따라 소모적인 분쟁을 시작한다면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손해만이 남을 것이다. 특히 소규모 기업일수록 대표자의 감정에 의해 불필요한 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고 그에 따른 손해가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판매제품에 대해 디자인권 침해 경고장을 받은 기업이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보통의 중소기업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감정적으로 격한 상황에서 두서없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관계 파악에 주의해서 상담해야 한다. 기업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해당 디자인은 이미 해외에서 출시된 제품 디자인인데 해외 기업이 아닌 어떤 국내 기업이 이를 모방한 디자인을 출원해 등록을 받은 후 자사 디자인권의 보호 범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상대방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국내 디자인권의 디자인과 해외 제품의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살피고 권리의 유효성을 검토해야 한다. 유사 여부를 살펴보니 양 디자인은 자세히 살펴도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다. 다음으로 국내 디자인권의 유효성을 검토하기 위해 출원 시기를 검토했다.

국내 디자인권은 2015년 12월경 출원되어 등록된 것이었지만 해외 제품은 그 이전인 2014년경부터 아마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디자인권이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국내 출원 시기보다 앞선 공지된 동일 또는 유사 디자인이 있는 경우, 그 디자인권은 그 출원 전에 국내외에서 공지된 디자인과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이라는 무효 사유가 있는 것이다. 명백한 무효 사유가 있는 디자인권 행사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증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해외 제품을 조금 더 조사해 보니 해당 제품의 관련 디자인권이 2014년 미국에서 등록공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공고나 공개공보 자료는 공개 날짜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된다.

따라서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상대방에게 잘못된 권리행사임을 명확히 알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소송 등의 분쟁절차로 진입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사례처럼 지식재산권에 대한 명확한 지식 없이 해외에서 이미 공지된 디자인 등에 대해 국내에서 디자인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등록만 받으면 무제한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 것 같다.

특허권, 디자인권 및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제도는 신규성, 진보성, 창작성 등을 가진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만 보호한다는 것에 유념해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