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중 통화스와프 만료, 미국 전방위 통상압박. 여기에 북한 노동당 창당일 추가도발 가능성까지'. 최근 쏟아지고 있는 한국을 둘러싼 위기관련 소식들이다.

문제는 팩트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에 있다. 적정한 수준의 예측과 이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논의가 입체적으로 조명되기 보다, 극단적인 수식어가 동원되면서 풍전등화, 일촉즉발 위기 상황으로 대한민국을 몰고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것이 중요하지만 스스로 위기상황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려는 태도역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한미 FTA 재협상 건의 경우 이미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전부터 불거져 나온 구문”이라며 “최초 FTA체결당시 양국간 합의에도 없던 재협상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유·불리를 따져야할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예단하고 경제위기가 도래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협상을 앞두고 있는 당사국으로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FTA 재협상의 경우 이미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만큼 정부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책과 상황에 따른 플랜이 짜여져 있을 것"이라며 "국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외교 협상이 시작도 되기전 언론이나 민간부문에서 이런 저런 예측을 내놓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일 자정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한·중 통화스와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변수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양국간 맺은 약정에 따라 정해진 환율로 보유 중인 외환을 교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제는 외환위기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 것이다.

즉 미리 맺어놓은 통화스와프가 만기가 됐다고 해서 당장 외환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지난 8월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3848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고 순위로만 세계 9위다. 중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금액이 560억달러(약64조원)에 달하지만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된다고해서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위기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중국이 8년간 유지해 온 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종료하더라도 한국이 외통수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만약 중국과 통화스와프가 연장되지 않더라도 동북아 중심의 한·중·일간 미묘한 삼각관계를 놓고보면 이 지역에서 중국에게 경제, 안보적 영향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본이 한국과 새로운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외교는 다자간 각 국의 이익을 절대불변의 최우선 가치에 놓고 하는 것인만큼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때마다 너무 앞질러 가거나 불리한 예단만을 가지고 예측이나 전망을 내놓는 것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 불거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서도 앞으로 2차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결론을 예단하는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풀의 ITC 제소가 처음 있는일이 아닌데다, 만약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고해도,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제한 될 수 있어 미국 정부도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라며 “아직 2차 청문회가 남아있고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2개월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이 닫힌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부정적 보도는 자제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맞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은 지난 연휴기간 쏟아져 나 온 경제·안보관련 악재보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언론 보도만 본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 있어야 하는데 주식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안보관련 이슈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요 언론이 보도하는 시각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동향과 시황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