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ICT 기업들이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새로운 틈새시장의 타깃으로 삼는 한편, 가능하다면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까지 구축해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홍보를 통해 서비스의 외연적 확장을 노리려는 시도도 여럿 보인다. 이제 서비스의 범위는 시작과 동시에 글로벌을 지향하며, 그 과정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은 훌륭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택시 사례가 좋은 예다. 지난 5월 재팬택시와 업무혁약을 체결해 각자의 서비스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를 연동, 각국 이용자가 한국과 일본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재팬택시 구동. 출처=카카오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은 ”2016년 한 해에만 500만 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한 만큼, 이용자들을 위해 일본과의 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되었다는 뜻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카카오택시는 국내로 찾아오는 일본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우버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활용해 글로벌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버이츠가 대표적이다. 우버택시 서비스의 국내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배달음식 플랫폼인 우버이츠를 통해 활로를 찾고, 글로벌 통합 플랫폼의 사용자 경험을 국내에도 연결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이태원 등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많이 체류하고 있는 지역부터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점은 핵심 타깃층을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버이츠가 우버 앱에 공통으로 탑재되어 나라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대목은 대단위 플랫폼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살던 사람이 국내로 와 우버 앱만 열면 우버이츠를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에 익숙한 국내 거주 외국인을 중심으로 일정정도의 시장 진입을 노리고, 이를 통해 동일한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 우버이츠. 출처=우버

지난 8월 출시된 우버트립도 마찬가지다. 우버트립은 방문하고 싶은 모든 장소를 경유할 수 있는 시간제 대절 서비스로, 정차하는 동안에도 우버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 언제든 편리하게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 우버트립이 여행지인 발리에서 첫 시동을 걸고 국내에 진출한 점은 플랫폼 핵심을 국내에 위치시키되 외국인, 즉 이방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SK브로드밴드는 아예 해외 신규 해외 채널 팩을 출시했다. 10일 SK브로드밴드는 해외 콘텐츠에 대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형 요금제 신규 채널팩(글로벌팩1, 글로벌팩2) 2종을 출시했다고 밝히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 대상의 편의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팩1은 Star Sports, C Music TV, CNN US 채널 등 스포츠와 뉴스경제,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영어권 채널 9개로 구성됐으며 글로벌팩2는 Celestial Movies, CCTV4와 같은 중국어 방송 채널과 K-pop,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중심 콘텐츠를 합쳐 11개 채널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4월 해외 유명 시리즈 채널 AMC를 국내 최초로 론칭한데 이어 9월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 BET를 아시아 최초로 서비스하는 등 해외 장르 특화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

▲ 글로벌 팩. 출처=SKB

SK텔레콤이 지난 1일 야심차게 물을 연 ICT 체험관 티움에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한 것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또 캐시비 발행사인 이비카드는 지난 9월부터 전국의 외국인노동자, 국내거주 외국인 및 가족, 이주배경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선불형 교통카드인 캐시비 카드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사회공헌의 성격이 짙다.

▲ 출처=SKT

많은 기업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 나아가 사회공헌을 비롯한 복합적 포석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정지작업이나 홍보의 차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제 하나의 서비스는 태생부터 글로벌을 노리며, 역직구 ICT 서비스 마케팅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