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는 일기예보 – 아침에 와야 하나, 밤에 내려도 맞나?

요즘은 일기예보 정확도가 제법 높다. 시간대별과 시 군은 물론 웬만한 동네까지 날씨가 예고된다. 마포는 햇빛이 쨍쨍한데 광화문에서는 비가 쏟아지는 경우처럼 국지적인 날씨까지 척척 예보한다. 그러기에 평소에는 일기 예보가 잘 맞는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기상청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에 걸쳐서 슈퍼컴퓨터 4대를 도입했다. 2015년에만 53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갔다. 그런데 2016년만 하더라도 무려 다섯 번 만에야 폭염이 끝난 것을 겨우 맞췄다면서 언론에 두들겨 맞았다.

슈퍼컴퓨터가 들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기상청 예보를 거의 신뢰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상청의 예보를 믿느니 할머니 무릎 예보에 더 신빙성을 둔다고 하기도 했다. 당시 지상파 방송의 한 유명 기상캐스터는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비 예보를 했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아서 얼굴을 들고 나다닐 수도 없었다’며 ‘그날 밤 늦게 비가 찔끔 내려서 내 예보가 틀리지 않았다’고 애써 안도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는 출근길에 우산을 챙겨 들고 나갔는데, 비는커녕 햇빛만 쨍쨍해서 짐이 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소풍날 새벽에 하늘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비 예보가 없었는데 난데없이 소나기를 만나기도 해서다. 그런데 내일 비가 온다고 했다면, 그 비가 아침에 오든 밤에 오든 내일 중으로만 오면 기상청의 예보는 정확한 것일까?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언제부턴가 일기예보에서 확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비가 올 확률이 50%’라면 비가 오든 날씨가 맑든 간에 반밖에 맞추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반은 꼭 틀린다는 말과 같다. 항상 반쯤 맞고 반쯤 틀린 예보를 하느니 차라리 ‘내일 비는 꼭 옵니다’와 같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다 맞추는 예보가 승률 면에서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농담 같은 생각도 든다.

 

월급날 한밤중에 입금되면 그날 들어온 것일까?

얼마 전 모 그룹의 본부에서 근무하는 김 부장은 랜섬웨어 때문에 때 아닌 소동을 겪었다. 집이 멀지만 늘 가장 먼저 출근해 문을 열고 불을 켜는 김 부장이었다. 지난 5월 15일에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들어서려는데 문에 전산팀에서 붙인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사내에 랜섬웨어 감염이 의심되는 컴퓨터가 한 대 있어서 전 회사의 인터넷을 차단했으며, 전 직원은 모든 자료를 백업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오전 내내 전 직원들은 외장하드에 자료를 다운받느라 업무를 볼 수 없었다.

마침 회사의 급여일이 15일인데 랜섬웨어 때문인지 퇴근 때까지 월급이 통장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퇴근했는데, 지난 가을에 입사한 한 부장이 자못 진지한 카톡을 보내왔다.

‘혹시, 회사 재무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별다른 일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왜요 무슨 얘기라도 들은 것이 있으십니까?’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정체되고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나긴 했지만 유상증자에 사채도 발행하는 등 자금을 끌어들인 게 상당했고, 단기부채도 갚은 상황이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있나 하는 마음에 찜찜했다.

‘아직 월급이 안 들어왔네요. 회사 자금상의 문제가 없다면 이럴 수가 있겠습니까?’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다행이 밤중에 월급은 입금됐는데, 다음날 한 부장이 차 한 잔 하자고 해서 불려 나온 김 부장은 때 아닌 원망을 들어야 했다.

“전에 근무하던 S사는 월급날 오전 9시에 지급하고, H사는 11시에 입금합니다. 그런데 은행 영업시간도 한참 지나서 지급하다니 회사 통장에 돈이 없었거나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건 큰 문젭니다.”

애써 한 부장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자 회사 입장을 이해시키려 애썼지만 자세한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부장의 불만은 ‘직장인 대부분이 월급날로 자동이체를 지정해 놓는데 어제처럼 은행업무 시간을 넘기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날 입금이 됐지만 직원들 중에는 15일로 지정해 놓은 카드나 은행이자 이체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내일’, 지시한 사람의 내일과 지시 받은 사람의 내일은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를 살지만 직장인들은 시간에 대한 상대성 때문에 많은 문제를 겪는다. 가장 흔한 경우가 ‘내일’에 대한 오해다. 김 부장은 점심 직후에 팀원인 이 과장을 불러서 기획안에 쓸 자료를 조사해서 ‘내일’ 볼 수 있도록 지시했다. 조사된 자료에 문서 몇 가지를 추가해 결재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다음날 오전, 김 부장은 본인도 예전에 아침부터 닦달 당했던 불쾌함이 떠올라 참고 참다가 오전 11시가 다 되어 갈 무렵에 이 과장을 불렀다.

“어제 말했던 자료 볼 수 있을까?”

“이제 시작하려던 참인데요.”

이 과장이 태연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김 부장은 뒷목을 잡을 뻔했지만 애써 누그러뜨리며 서두르라고 말하는 정도로 그쳤다. 반면에 자료 조사 외에 다른 할 일들도 많았던 이 과장은 급한 것들을 어제 먼저 처리했고, 그래도 오전부터는 자료 조사를 할 생각이었다. 이 과장은 불쾌하게 변했던 김 부장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보자고 하셨으면 오늘까지는 기다려야지. 참 나, 그렇지 않아도 바빠서 미치겠는데.’

지시한 사람은 당연히 ‘내일이 되면’ 보고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시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내일이 가기 전까지’ 보고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에 발생되는 당연한 생각이다.

비슷한 케이스로 ‘결정’에 관한 문제가 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결정권자의 결정이 필요하다. 자금을 집행한다든지 외주 업무를 맡기거나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때도 결정권자와 실무 입장이 차이 난다. 실무자는 먼저 가부 결정을 해줘야 제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기에, 결정이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반면 결정권자는 최종 결정을 해주는 것으로 끝난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특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조직의 경우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 거 봐서 자금 집행 건을 결정하겠다’ 같은 태도는 십중팔구 실무자를 바보로 만든다.

‘내일’과 ‘결정’의 문제는 다름아닌 소통에서 생긴다. 김 부장이 제대로 지시하기 위해서는 전체 업무의 프로세스를 먼저 공유했어야 했다. ‘자료가 확보되면 다른 문서들과 함께 기안에 첨부해서 임원이 출장 가기 전에 보고를 해야 기한을 맞춘다.’

팀원이라서, 바빠서 전체 프로세스는 공유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시만 이루어진다면 ‘내일이 되면 보고받겠지’와 ‘내일이 가기 전에 보고하면 되겠지’와 같은 차이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퇴근 시간 이후에 통장에 들어온 월급이 날짜를 어긴 것은 아니지만, 그날 나가야 할 돈이 제때 지급되지 못해서 문제가 생겼다면 돈은 들어왔으되 입금되지 않은 것이나 같다. 마찬가지로 ‘내일’ 보고하지만 임원이 출장 간 뒤라면 업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책임감이나 열정의 문제로 둔갑시킨다. 일단 지시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이행해 놓으라고 우기기도 한다. 그야말로 꼰대 스타일의 소통일 뿐이다. 권위의식에 젖어 있거나 중요하고 전체적인 사안을 팀원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소통의 한계가 불러오는 문제다. 수천 수백 조각을 맞춰야 완성되는 퍼즐, 몇 조각 던져주지 말고, 전체 그림을 먼저 알려줘야 각각의 퍼즐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갈지 스스로 찾게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