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수도 아부다비

두바이 브랜드 지고 UAE 브랜드 뜬다

12월2일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탄생한 날이다. 올해로 건국 37주년인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통치자들은 그동안 아랍에미리트가 일궈낸 성공과 앞으로 다가올 밝은 미래에 대해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아랍에미리트가 30대 중반의 젊은 국가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아랍에미리트 토후국들의 이미지를 평균하면 30대 중반쯤 될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년 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던 한 국회의원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두바이를 ‘미니스커트 차림의 20대 아가씨’에, 아부다비를 ‘40대의 성숙한 여인’에 비유한 바 있다. 의미 있는 관찰이었다.

브랜드 두바이 빛을 잃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상륙한 두바이에서 어두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두바이 국영 기업들의 대량 감원과 프로젝트 중단 혹은 연기 소식도 이어진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중동 경제전문지 <미드>는 지난달 27일 ‘브랜드 두바이 빛을 잃다’라는 제목 아래 두바이의 꿈이 이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제주간지 <아라비안비즈니스>도 지난달 20일 열린 아틀란티스 호텔의 화려한 개장 파티가 두바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다시 각인시키는 기회였지만 이것이 마지막 파티가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화려함과 변화무쌍함을 추구했던 20대의 젊은 아가씨 두바이가 세상에 맞서 싸우다 금융위기로 갑자기 딱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선데이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아부다비가 상당 규모의 구조금융 대가로 두바이 국영 항공사인 에미리트항공 지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어려움에 처한 두바이가 알부자인 큰 언니 아부다비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꾸지람도 들었으리라 추측해봄 직하다.

아부다비의 목소리 힘 실릴 듯
금융위기가 아랍에미리트에 상륙하면서 확실해진 것은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아랍에미리트라는 가족의 일원이라는 점, 앞으로 아부다비의 목소리에 큰 힘이 실리게 되리라는 점이다.
영국 두르햄대학의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 교수는 “두바이의 경제모델이 급속히 몰락하고 아랍에미리트 브랜드가 되살아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두바이가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혹은 아부다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두바이 모델이 어느 정도 실패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 브랜드가 망가지지 않도록 구제금융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걸프리서치센터(GRC)의 크리스찬 코흐 박사는 “아랍에미리트 연방정부가 점차 중요한 역을 맡게 되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한 지금 소문난 알부자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큰 언니로 어떤 행동을 보여줄까.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