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테크니션 밴드' 미스터 빅이 3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세계에서 가장 기타를 잘 치는 사람과 세계에서 가장 베이스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모여 락 밴드를 결성했다. 그래서 헤비메탈 락 밴드 미스터 빅(MR.BIG)에게는 ‘괴수 밴드’, ‘슈퍼 테크니션’ 등 그들의 미친 연주 실력을 강조하는 수식어들이 붙는다. 그들이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고 10월 8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공연했다.   

미스터 빅이 1집 <Mr. Big>를 발표한 연도는 1989년이다. 당시 36세의 나이로 밴드를 이끌던 맏형 베이시스트 빌리 시언(Billy Sheehan)은 환갑을 넘긴 65세 할아버지가 됐고 23세의 앳된 막내였던 기타리스트 폴 길버트(Paul Gilbert)는 50세를 넘긴 아저씨가 됐다. 이쯤 되니 예전의 화려했던 실력도 이제는 녹슬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내한공연에서 미스터 빅은 자신들의 변하지 않은 클래스를 입증했다.     

▲ 폴 길버트의 기타 솔로 무대.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공연의 시작부터 미스터 빅은 자신들의 대표곡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로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빌리 시언과 폴 길버트는 미스터 빅의 상징과도 같은 퍼포먼스 드릴 피킹(전기 드릴로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는 주법)을 선보이며 변하지 않은 테크닉을 과시했다. 보컬 에릭 마틴(Eric Martin)은 특유의 쭉쭉 뻗는 보이스로 좌중을 압도했다.

난치성 뇌질환 파킨슨병을 앓는 드러머 팻 토페이(Pat Torpey)는 안타깝게도 예전처럼 파워 넘치는 드럼 연주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2014년에 이어 이번 내한에도 동행해 무대에 올라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Just Take My Heart> 한 곡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펫 토페이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건강을 응원했다.  
 

▲ 신들린 베이스기타 속주를 보여주는 빌리 시언.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폴 길버트와 빌리 시언의 기타와 베이스 기타 속주(速奏)도 이번 공연에서 빠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기타의 지판을 질주하며 선율을 만들어내는 둘의 신들린 연주는 20여년 전 미스터 빅의 전성기 때와 전혀 차이가 없었다. 빌리 시언은 6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녹슬지 않은 속주 실력을 뽐냈다. 둘의 속주 대결에서 자연스럽게 도입부로 이어지는 <Addicted To That Rush>는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그들의 변하지 않은 실력에 관객들은 <Green-Tinted Sixties Mind>, <To Be With You> 등 인기곡들의 ‘합창’으로 화답했다. 

미스터 빅은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실력으로 자신들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제 50~60대에 이른 미스터 빅 멤버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그들의 화려한 연주를 앞으로 몇 년 더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설사 그들의 실력이 녹슨다고 해도 팬들에게 미스터 빅은 영원한 ‘슈퍼 테크니션 밴드’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