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주의 시작을 위해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려는 일요일 저녁 시간, 평온하던 일상이 갑자기 바쁘게 울리는 휴대폰 알람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었다. 졸음이 올 듯 나른하던 차에 진동과 함께 빠르게 휴대폰 알람이 와서 이메일인가 보다 하고 무시하려는데, 연달아 3~4건의 알람이 뜨는 것이 심상치 않아 확인해보니 라스베이거스의 총격 사건 관련 알람이었다.

각 언론사의 속보 뉴스와 인근에 사는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 등이 연달아 도착하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총격 사고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피해자의 숫자가 밝혀지지 않고 총기 사고로만 보도되었기 때문에 ‘총으로 강도짓을 하려던 건가’라고 무심코 넘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알람은 멈추지 않았고 사망자의 숫자 한 자리 수에서 두 자리 수로 계속 증가하기만 했다.

결국 이 사고는 2일 현재(현지 시간) 59명의 사망자와 515명의 부상자를 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미국의 총기 사고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네바다주에 거주하던 범인은 다량의 총기를 구매하기 위해 유타주 세인트 조지에 있는 총기상에까지 방문해 총을 모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은 그가 소지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자동기관총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자동기관총은 1986년도 이전에 만들어진 총기에 한해 연방정부에 등록을 하고 보유할 수 있다.

범인은 이를 피하기 위해서 반자동 기관총을 구입한 후 불법으로 두 가지 장치를 추가로 부착해 완전 자동의 기관총 화력의 총기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거주하고 총격 사건을 일으킨 장소인 네바다주는 다른 주에 비해서도 특히 총기 관련법이 느슨한 것으로 알려져서 총기 규제 관련 찬반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네바다주에서는 총을 구입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뉴저지나 뉴욕, 캘리포니아 등의 지역에서는 총기 구입 시에 반드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네바다주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총기의 등록도 필요하지 않으며 총기 소유에 관련한 라이센스도 요구되지 않는다. 또 네바다주는 총기의 오픈 캐리(Open Carry)가 가능한 지역으로 공공시설에서 총기를 남에게 보이도록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차 안에도 총기가 보이도록 놓아둘 수 있다.

인접 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총기를 보유한 경우 이를 등록해야 하며 자신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느껴지는 경우나 사람이 거의 없는 외곽 지역에서만 총기가 보이도록 휴대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의 경우 탄창에 넣을 수 있는 총알의 숫자도 제한해서 10발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탄창이 금지되고 이를 제작, 유통, 구매하는 사람들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네바다주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사상 최악의 총기 사고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총기 규제를 외치고 나섰지만 백악관은 아직 이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총기 규제와 관련해서 아직 총격 사건의 범행 동기 등이 밝혀지지 않았고 정확한 사건 전모를 모르기 때문에 지금 총기 규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입장과도 같은 것으로 그는 총기 소지는 공공 안전에 필수적이라면서 총기 규제를 반대해왔다.

특히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인 미총기협회(NRA) 리더십 포럼에도 참석해 총기 소지라는 국민의 권리를 절대로 침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며 NRA가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세력이라는 점도 총기 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