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내에 있는 의류공장을 남한 측에 알리지 않고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통일부는 보도가 나가자 사실확인에 착수했지만 미리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에는 섬유 제품 수출금지가 포함돼 있는 만큼 개성공단 가동은 한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에서 남한기업이 소유하고 있던 의류공장을 사전협의 없이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내에서 임가공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소식통은 “조선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의 의류공장을 남한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은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에서는 조선 내수용 의류도 생산하고 있지만 주로 외국(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안보리 대북제재 2375호가 채택되면서 섬유류 임가공 수출도 제재대상 품목에 포함된 이상 그동안 은밀하게 가동한 개성공단 19개의 의류공장도 앞으로는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기 부족으로 시달리는 조선에서 개성공단 의류공장을 어떻게 돌릴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지만 의류공장은 재봉틀을 돌릴 수 있는 전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조선당국이 2경제사업(군수산업)용 전기를 특별공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다른 무역관계 소식통은 “개성공단 내 남한 의류공장을 가동하는 문제는 조선당국이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밖에서는 공장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고 공장 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가림막(커튼)으로 차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개성공단 의류공장을 언제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가동을 시작한지 6개월은 넘었다”고 강조했다.

RFA는 앞서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남한 측 소유로 추정되는 대형 차량을 북한이 무단으로 이용하는 움직임이 지난해 12월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한센 연구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내에서 발견된 대형 차량은 흰색이고 길이가 11m로 개성공단 북한측 검문소 밖 북한에서 발견된 차량 두 대와 색깔과 길이가 같았다.

RFA가 당시 포착한 사진과 관련 미국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의 닉 한센 객원연구원은 RFA에 “북한측이 남한측 차량을 유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12월은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전기밥솥 등 일부 제품을 빼돌려 중국에 판매를 시도한 시기와도 일치한다고 RFA는 전했다.

통일부가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측 공장을 비밀리에 가동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여부는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들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데도 개성공단 가동재개 등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비밀로 했을 가능성이 짙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월25일 통일미래포럼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제재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보다 개성공업지구 재개 문제를 우선 과제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이번 발언은 남북교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 장관은 강연에서 “북한을 변화시킬 방법으로 개성공업지구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남북관계 복원에서 개성공업지구 재개 문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 장관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 출범 당시 개성공업지구 사업지원단장을 맡았다.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지 개성공단 재가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역시 지난 28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개성 공단 재가동 언급은 대북제재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가동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