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과거를 함께 했고 미래를 함께 할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공동체의 믿을 만한 구성원이라는 평판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들은 함께 해를 거듭하여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야 하고, 자식들과 손주들이 땅을 물려받으리라 기대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들의 미래에 대한 할인율은 낮다. 어느 한 시점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값비싼 투자를 하면 현 세대뿐만 아니라 그 자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들 공유자원 체계에서는 수많은 규범들이 진화하여 무엇이 ‘적절한’ 행동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지정한다. 이러한 많은 규범들로 인해 사람들은 과도한 갈등 없이 여러 측면에서 상호 의존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 엘리너 오스트롬,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 (엘리너 오스트롬 지음, 윤홍근·안도경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중에서

 

엘리너 오스트롬은 2009년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제도경제학과 공공선택이론의 대가이다.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회는 오스트롬의 여러 업적 중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는데, 그 이유로 “공유자원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으며 완전히 사유화되거나 아니면 정부에 의해서 규제되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견해에 도전”했고 수많은 사례들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세계 도처의 공유자원 관리체계에서 나타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했다. 오스트롬은 이 책을 통해 그간 경제학의 정설이었던 ‘공유의 비극’ 이론의 오류를 밝히고, 그 해법으로 정부의 개입이나 시장의 원리가 아닌 ‘공동체 자치 관리’라는 제3의 모델을 제시했다. 오스트롬은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인간의 협동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주제에 평생을 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