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가 중국 기업에 북한과의 합작기업을 모두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긍정평가하면서도 허점이 있다며 중국을 100% 신뢰하지 않은 모습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이후 중국 기업들이 합작 사실을 숨기거나 중국 경영자가 없어도 경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이 번 조치의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중국 상무부의 합작기업 등의 폐쇄명령. 출처=중국 상무부

中정부, 북중 합작 합자 외자기업 폐쇄 명령

중국 상무부와 공상총국은 28일 홈페이지에 낸 공고를 통해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중국 내 북-중 합작기업과 합자기업, 외자기업들은 모두 폐쇄하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안보리 결의가 통과된 지난 12일부터 12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내년 1월 9일까지 폐쇄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를 근거로 하고 있다.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기업 운영은 물론 북한으로의 투자와 기술 이전 그 외 모든 경제협력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북한과 가장 많은 경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로 추정된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의 자금이 투입된 합작 기업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이 합작 방식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업은 북한 식당이다.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 상당수가 북중이 공동 투자하거나, 중국이 식당 부지를 대고 북한이 노동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내 북한식당은 주요 도시 별로 10여개씩 중국 전체에 약 100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기업, 중국 지방정부 대북 사업도 영향받을 듯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9일(현지시각) 북한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 중국 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FA는 지난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 법무부에 기소된 ‘훙샹그룹’의 경우 북한과 각종 무역사업을 벌인 것 외에도 중국 셴양의 ‘칠보산 호텔’과 ‘평양 레스토랑’ 등을 합작 방식으로 설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훙샹그룹’처럼 북한과의 사업 관계가 깊은 중국 기업들이 일부 사업을 접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RFA는 또 중국 지방 정부차원에서 벌여온 각종 대북 경협사업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옌볜의 훈춘시는 지난 3월 3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두만강 팡촨 부두에 ‘유람선 전용부두’ 등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북한과 합작 관광 사업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지린성 역시 지난해 훈춘 인근의 기존 두만강경제합작구 외에 지안과 허룽에 새 경제합작구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북한과 러시아 접경 지역에 국제관광합작구를 만든다는 계획도 추진했다. 중국의 대북무역 선도 도시인 단둥이 있는 랴오닝 성도 호시무역구를 활성화해 북-중 경협 관계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국 전문가 “효과?  글쎄요”

미국 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조치를 대체로 긍정평가했다.

RFA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시걸 만델커(Sigal Mandelker)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28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만델커 차관은 “ 중국은 자국 은행과 기업에 매우 의도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 당국과 협력하는 한편 중국 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청문회에 나온 국무부의 수전 손튼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도 “대북제재 강화를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의 대북 압박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상무부의 북한 기업 폐쇄 통보 조치가 충실히 이행된다면 북한의 외화벌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중국과 북한간의 밀무역 등 허점이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실효를 낼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한마디로 “글쎄요”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 선임연구원은 28일 RFA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조치는 최근 미국이 취한 대북 독자제재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하고 “이번 조치의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는 일단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에버스타트는 “중국은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고 있고, 북중 국경 지역에 밀수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한은 원유, 식량 등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의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연구원도 이날 RFA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중국의 이번 조치가 실제로 이행된다면 매우 성공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북중 국경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는 밀수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국방연구 담당 국장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중국의 조치는 북한 경제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늦추거나 심지어 멈추게 할 수도 있는 조치”라며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린 것과도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중국은 처음 몇 개월동안 언론의 관심의 집중을 받을 때에만 이행하는 모습만 보인다”면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8개를 완벽하게 이행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임을출 교수 “위축 효과 없을 것”

북한 경제 전문가인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임 교수는 29일 이코노믹리뷰 통화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이 의외로 쎄게 나오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임 교수는 “북중 합작기업이든 합영기업이든 중국 측은 자금을 제공하고 경영은 북한이 하는 식으로 운영해온 만큼 이번 조치가 북중 경제협력을 위축시키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동안 북한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해온 만큼 북한에 추가 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축소할 계기는 되겠지만 생각하는 만큼 큰 타격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 측은 그동안 북한 사람을 훈련하고 중국 측 파트너가 철수해도 기업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만큼 사실 몸만 빠져나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유엔의 대북 제재 이후 북중 합작기업이나 합영기업은 실체를 비공개로 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숫자를 알기 어렵다”면서 “어떤 수단을 동원한다고 해도 북한의 우회전략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