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의 시계라고 얕잡아 보면 큰 코 다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스위스 브랜드와 필적하며 아시아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과 한국에 쏠림 현상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실력만은 어느 대륙 못지않다. 특히 일본은 기계식 시계는 물론 쿼츠 시계에 일가견이 있다. 1970년대에는 쿼츠 파동을 주도하며 시계사예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 역시 독자적인 브랜드와 독립 시계 제작자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시계전문웹진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은 대륙별 시계 세 번째 편으로 아시아에 속한 워치 브랜드를 소개한다.

▲ 매뉴팩처에서 작업 중인 시계 장인. 출처=세이코

일본 시계 중 단연 선두에 있는 브랜드는 세이코다. 세이코의 역사는 1881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혁신과 개발을 모토 삼아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덕분에 시계 수리를 시작으로 벽시계, 회중시계에 이어 1913년 첫 손목시계를 만들며 이름을 알렸다. 간토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당시 지진으로 도쿄 본사와 매뉴팩처들이 전소되며 시계 생산이 어려워졌다. 이에 세이코는 언론을 통해 사죄광고를 내보냈다. 이런 세이코의 진심에 일본 국민은 질책 대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세이코의 황금시대와 같은 시기다. 그랜드 세이코와 쿼츠 무브먼트가 처음 만들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1969년 만들어진 쿼츠 무브먼트는 1970년대 시계시장에 태풍의 핵이었다. 세이코가 만든 쿼츠 무브먼트는 정확도와 편의성을 갖춰 기계식 시계를 앞세운 스위스 시계와 필적했다. 심지어 당시 스위스 몇몇 브랜드는 문을 닫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쿼츠 무브먼트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세이코는 일본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타 브랜드가 됐다. 덕분에 1964년 도쿄 하계 올림픽, 1972년 삿포로 동계 올림픽의 타임키퍼를 맡기도 했다. 세이코의 기술력은 2000년대 접어들며 진일보했다. 쿼츠에 이어 빛 에너지와 GPS(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한 시계를 만든 것. 이 시계는 별도의 건전지 교체 없이 빛 에너지를 통해 시계를 작동하는 것은 물론 GPS를 탑재한 덕에 세계 어디에서든 정확한 시간을 제공한다. 2017년에 세이코는 큰 결심을 했다. 그랜드 세이코를 독립 브랜드로 만든 것. 그랜드 세이코는 세이코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럭셔리 워치와 필적할 시계를 보유하고 있다. 기능은 물론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이며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시티즌과 카시오 역시 일본 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시티즌은 최근 부로바에 이어 프레드릭 콘스탄트까지 인수하며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시오는 스테디셀러인 지샥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 나전칠기 장인 최상훈과 뫼워치 대표 김한뫼.(왼쪽부터) 출처=뫼워치

한국 역시 시계 업계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970~1980년대 한국 시계 시장은 말 그대로 전성기였다. 스위스 몇몇 브랜드는 국내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시계를 생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며 한국의 시계 산업은 내리막길로 접어 들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며 독립 시계 제작자를 중심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켜고 있다 김한뫼 대표가 운영하는 뫼워치는 바젤월드 진출을 목전에 둔 대표적인 독립 시계 제작자이다. 뫼워치는 2009년 문을 연 뒤 한국적인 기계식 시계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나전칠기 다이얼을 탑재한 개성 넘치는 시계를 만들었고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 2016년에는 나전칠기 다이얼을 본격 상용화하며 스위스 업체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어 2018년에는 바젤월드 참가를 확정 지었다. 나전칠기 다이얼 위로 투르비옹이 올려진 시계인데 완성품 공개가 임박해있다. 또한 ArtyA 브랜드와 합작한 시계 역시 선보일 예정인데 이미 5점의 시계가 판매되기도 했다. 뫼워치 외에도 볼트워치와 아미 에우제니 등이 있다. 볼트워치의 경우 다이버 워치에 적을 둔 기계식 시계를 만들며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아미 에우제니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럭셔리 워치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만큼 글로벌 워치 브랜드는 전무하지만 독립 시계 제작자들을 중심으로 과거 영광을 되찾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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