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콘돔 없는 성관계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신규환자가 3년째 꾸준히 1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많았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국내 신규 환자는 총 1062명으로 이 중 남자가 1105명, 여자가 94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약 11배 많았다. 연령은 20대 환자가 360명으로 전체 환자의 33.9%를 차지했다.

국내 HIV 감염, 99% 이상 '성(性)' 접촉 때문

에이즈는 HIV에 감염돼 인체면역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HIV에 감염된다고 해도 처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수년 간 아무런 증상 없이 정상인처럼 생활하다가 어느 순간 식욕이 없고 피곤하고, 이유 없는 설사가 지속되거나 살이 빠진다. 이 같은 증상을 에이즈 관련 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에이즈로 진행하면서 각종 위험한 감염증과 악성종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2~3년이 지나서 사망한다.

HIV는 주로 환자의 혈액, 정액, 질 분비액, 타액, 모유, 소변, 눈물 등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실제 감염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HIV를 퍼트릴만큼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를 함유한 혈액, 정액, 질 분비액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HIV의 감염은 99%가 성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2016년 신규 에이즈 환자 신고 수.출처=질병관리본부

치료법 발전했지만, 3년간 신규 환자 매해 1000명 넘어

에이즈의 치료법은 꾸준히 발전했다. 에이즈는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면 문제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기존 치료는 보통 3가지 약제를 섞는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을 표준치료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세였다. 최근엔 복합제가 출시되면서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기가 수월해졌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복합제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젠보야와 영국 GSK의 트리멕이 있다. 젠보야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보유한 또 다른 에이즈 치료제인 스트리빌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스트리빌드는 지난해 국내 청구액 225억원을 기록한 시장 리딩 제품이다.

예방약이자 치료약으로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가 개발해 200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출시한 트루바다가 있다. 트루바다는 두 건의 임상시험에서 각각 86%, 100%의 확률로 에이즈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에이즈 예방약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치료제로만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방 용도로는 HIV 감염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녀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트루바다를 세계 첫 HIV 예방약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트루바다의 적응증에 예방 용도를 추가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 HIV 감염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유엔 에이즈합동계획(UNAIDS)에 따르면 전 세계 HIV 신규 성인 감염인은 2016년 170만명으로 2010년 190만명보다 11% 줄었다. 반면 국내 HIV 신규 감염은 지난 3년간 꾸준히 1000건을 넘었다. 국내 HIV 신규 감염자 수는 2014년 1081명, 2015년 1018명, 2016년엔 1062명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어디까지나 보건소나 병의원, 병무청 등에서 신고한 사례로 이보다 더 많은 잠재적 HIV 감염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6년 기준 누적 국내 HIV 감염자수는 1만14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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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시 ‘콘돔’ 사용 필수지만, 국민 인식 저조

의료진들은 현재까지 에이즈를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이 에이즈에 가장 취약한데 트루바다는 이 같은 취약군에는 예방약으로 처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돔 사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낮다. 한양대학교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의 용역을 받아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5년도 일반인 대상 에이즈에 대한 지식 ․ 신념 ․ 태도 및 행태조사’에 따르면 고정적인 성상대자와 1년간 성관계시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48.9% 였다. 연령대로는 50대 중 67.1%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고정적인 성상대자가 있는 경우에도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36.1%나 됐다. 고정적, 비고정적 성상대가 있는 사람 모두 콘돔을 사용한 목적의 대부분은 피임 때문이라고 답했다.

▲ 고정적이지 않은 성 상대자와 성관계시 콘돔 사용에 대한 국민 인식.출처=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