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중증 당뇨 환자들의 주사(注射)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우리 국민의 77%는 의료진에게서 인슐린 주사 교육을 받지 못했고 국가 지원도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슐린 투여는 췌장의 이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와 인슐린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 꼭 필요한 치료법이다. 인슐린을 얼마나, 어떤 제품을 주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주사를 하느냐’도 당뇨병 환자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벡톤디킨슨코리아(주)(BD코리아) 글로벌 당뇨사업부 Medical Affair 부사장 로런스 허쉬(Laurence Hirsch) 박사가 28일 ‘왜 주사요법이 중요한가?(Why Injection Technique All Matters)’를 주제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주삿바늘을 재사용하거나 같은 부위에 반복해서 인슐린을 투여할 경우 지방비대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사기 5회 이상 재사용하면 지방비대증 발병 확률 70%

지방비대증은 인슐린 주사 부위의 피하조직에 지방세포가 쌓이는 것을 말한다. 지방비대증은 인슐린 투여 환자의 64.4%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다. 허쉬 박사에 따르면 한국인 180명을 포함하여 42개국 13,289명을 대상으로 한 ITQ(Injection Technique Questionnaire) 조사 결과, 지방비대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42.5%로 전 세계 평균 30.8%보다 11.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방비대증 부위에 주사했을 경우 평균 식후 혈당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빨간색) 출처=BD코리아 사진=유수인 기자

지방비대증 부위에 인슐린을 투여할 경우, 인슐린 흡수와 식후 혈당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조사에 따르면 지방비대증에 없는 부위에 인슐린을 주사했을 때보다 식후 혈당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인슐린 흡수와 작용이 모두 유의하게 둔화되고 혈당가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비대증 환자는 지방비대증이 없는 환자보다 하루 인슐린 사용 단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쉬 박사 사진=유수인 기자

허쉬 박사는 “주사 부위를 순환한 환자는 5% 정도 지방비대증을 보인 반면, 주사부위를 순환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부위에 주사한 환자의 경우 98%가 이 증상을 보였다”면서 “ 5회 이상 주사침을 재사용한 그룹의 70%는 지방비대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비대증은 인슐린 흡수량과 작용을 감소시켜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기 때문에 올바른 주사요법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속형 인슐린을 근육에 주사하면 심각한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의사나 간호사의 지속적인 주사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77%는 의료진 통해 인슐린 주사 교육 못 받아…국가 지원 無

‘주사와 관련 얼마나 자주 의료진에게 진찰을 받았는가’에 대한 ITQ 조사 결과, ▲받아본 기억이 없다고 대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77%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38.9%)에 두 배 가까이 되는 비율이다. ▲정기로 주사 관련 진찰을 받는 환자의 비율은 7.9%였으며, 이는 세계 평균(28.3%)보다 현저히 적은 수치다. ▲1년에 한 번 받은 국내 환자 비율도 5.6%로 세계 평균(12.6%)보다 적었다.

아주대학교병원 내과 김대중 교수는 “올바를 주사 방법 교육, 관찰 등은 진료실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통 간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부분인데, 처음 한 번 정도는 주사 방법에 대해 교육을 하지만 수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잘못된 주사로 혈당 관리가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간호사를 통해 교정하지만, 이것도 교육 담당 간호사가 있는 대학 병원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그렇지 않은 병원은 사실상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 전문가로부터 인슐린 주사 관련 진찰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77%로 나타났다.(빨간색) 출처=BD코리아 사진=유수인 기자

국가 차원의 인슐린 주사 관련 교육 지침도 없다. 지난해 보건당국이 고혈압·당뇨병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벌인 만성질환 시범사업에도 인슐린 주사 관련 교육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해당 사업은 경증 환자가 합병증과 중증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환자의 혈압·혈당정보를 관찰하고, 월 2회 이내로 전화 상담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건보공단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지원단 정순현 차장은 “해당 사업은 의사가 개입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라면서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는 중증 질환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사업 대상이 아니고,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교수는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하는 것을 셀프케어라고 하는데, 스스로 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진료 시간도 짧은데 잠깐 얘기하는 것으로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심지어 약도 의사의 처방대로 먹지 않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환자가 끊임없이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 수가나 간호사 인건비, 시범사업 형태 등으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환자도 똑똑해져야 한다. 교육을 통해 준전문가가 되도록 교육 등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