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30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되는 가운데, 한국어를 배운 인공지능 비서의 ‘실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현재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브라질-포르투갈어, 힌디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등 총 9개의 언어를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6.0 이상의 단말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순차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받을 수 있다.

▲ LG V30의 구글 어시스턴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한국어 인식율 놀라운 수준...눈치 빠르다”

구글 코리아가 28일 구글 어시스턴트 시연회를 연 가운데, 장규혁 구글 테크니컬 프로젝트 메니저는 구글 어시스턴트에 대해 “구글과 이용자와의 대화형 서비스이자, 인공지능 비서”라며 “귀와 머리, 입이 모두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어 서비스 지원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가 최고의 인공지능 비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언어 연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현정 전산언어학자(구글 연구원)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공부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분절이 어렵다”며 “머신러닝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에 한국어를 학습시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의 상관관계였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생략어가 많고, 최근 급속도로 신조어가 발생하는 것도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공부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의미심장한 발언은 나중에 나왔다. 최 연구원은 “한국어는 특정 정보를 지칭하는 것이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며 “부산 치킨집 사장, 둘째 고모 등 특정 정보를 지칭하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언어보다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머신러닝을 통한 한국어 학습이 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의 말은 한국어의 특징 중 하나인 맥락의 이해가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공부를 어렵게 만든 원인이면서, 역으로 구글의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된다는 뜻이다. 다른 언어보다 맥락의 파악이 어려운 한국어를 구글 어시스턴트가 배운다는 점은, 인공지능 트렌드를 앞서갈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런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키는?”이라고 질문한 후 답을 얻고, 다음 질문으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말을 빼고 “몸무게는 어때?”라고 물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대목에서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몸무게를 답할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가능하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말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한 구글 어시스턴트의 맥락파악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장 매니저가 해외출장을 전제로 일정표 확인, 메일 수발신, 콘텐츠 큐레이션을 요청하자 구글 어시스턴트는 바로 파악하고 답변을 내놨다.

인상적인 장면은 현재 이용자의 위치를 고려한 맞춤형 답변이다. 장 매니저가 “100달러가 얼마지?”라는 질문을 하자 원화로 대답하고, 다시 “1000달러는?”이라고 묻자 또 원화로 대답했기 때문이다. 시연을 하는 장소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원화’라는 키워드를 언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달러를 원화로 바꿔 대답한 셈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맥락파악이 하나의 질문에 그치지 않고, 최소 두가지 이상의 전제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처음 ‘원화’ 질문을 하지 않았고, 두 번째 질문에서 단위만 바꿔 같은 질문을 던져도 상황에 맞는 답변이 바로 나왔기 때문이다.

▲ 맥락파악의 사례.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계란을 삶으려고 하니 적절한 타이머를 맞춰줘”라는 질문에서도 드러났다. 계란을 삶으려는 행동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할 수 없는 일이며, 타이머를 맞추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는 질문을 접수한 직후 계란을 삶기에 알맞은 15분의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이어 타이머를 작동시키는 것을 보여줬다. ‘계란’과 ‘삶다’, ‘타이머’의 키워드만 기계적으로 받아들였다면 나올 수 없는 맥락파악이다.

인식율이 상당한 점도 인상적이다. 물론 시연장소가 조용한 회의실이라 기본적인 인식율이 높았지만, 음성인식 기술은 한국어에도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물론 “5초후에 셀카 찍어줘”라는 명령에 “우체국에 셀카 찍어줘”로 오인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현장에서 인식율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구글 특유의 장난기도 있다. 수정구슬이라는 키워드를 말하면 오늘의 운세를 말해주거나, 동전놀이를 하자고 제안하면 돈전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앞면, 혹은 뒷면”을 음성으로 말한다.

▲ 구글 어시스턴트 시연회.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한국어 배웠다고 만능은 아닐 것 같다

구글 어시스턴트 시연회 결과 장점은 크게 두가지,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인식율이 높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나 단점도 보인다.

먼저 구글 어시스턴트의 대답. 구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거나 글로벌 서비스를 답변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예를 들어 여행을 준비하는 한국인이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여행지를 검색한다고 가정한다면, 일반적으로 한국인이라면 네이버에서 비행기를 검색하고 여행지 콘텐츠를 확보한다. 그러나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 포털이 제공하는 비행기 예약처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사이트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구글의 잘못이 아닌, 네이버 특유의 가두리 콘텐츠 플랫폼에 익숙한 국내의 특이한 사정이다. 네이버는 광범위한 정보의 바다로 네티즌을 안내하는 포털이 아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콘텐츠를 제공받아 정제해 네티즌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네티즌들이 네이버 방식에 너무 익숙하다는 점이다. 국내 네티즌들은 여행을 가려면 네이버가 제공하는 일목요연한 내부 플랫폼의 비행기 예매 안내도와, 현지 정보를 담은 블로그가 익숙하다. 또 익스피디아보다 국내 유명 여행사를 선호한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어를 배웠지만, 구글 포토와 구글맵 등 구글 자체 서비스들이 국내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글 어시스턴트의 경쟁력도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장 매니저는 “구글 기반의 서비스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구동되는 것은 당연하며, 추후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구글 어시스턴트는 스마트폰과 구글홈이라는 스마트 스피커로 지원되지만, 조금씩 서비스 영역이 늘어날 것”이라며 “전용 앱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LG V30과의 연합으로 데이터를 확보한 후 구글홈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사투리는 어떨까. 인식율이 높기는 하지만 의외로 오류도 났다. 최 연구원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사투리 학습도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수록 더 강력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구글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시연회가 종료된 후 구글 어시스턴트가 담긴 LG V30을 통해 직접 체험을 했다. 인식율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빅스비가 좋아, 너가 좋아”와 “구글 코리아 세금 얼마나 내”라는 질문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빅스비와 관련된 질문에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피해갔고,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입을 열었다. 답은 아래 사진에 있다.

▲ 구글 어시스턴트에 구글 코리아 세금을 물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