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지속되고 소비는 쪼그라들었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 국가안보까지 포비아(Phobia, 공포증) 현상으로 온 우리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들은 지속되는 불안에 지갑을 닫고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개선되던 소비심리는 지난 두 달 연속 다시 주저앉았다. 북핵 리스크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보복에 따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살충제 계란’, ‘화학물질 생리대’, ‘햄버거병’까지 각종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에 인색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7로 8월보다 2.2포인트 하락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2~7월 수출 호조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17.9포인트까지 껑충 뛰었다가 최근 두 달간 일어난 각종 불안 요소는 다시 경기를 위축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문제됐던 살충제 잔류 계란이 지난 8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온 나라가 먹거리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당시 계란 껍데기에 새겨진 난각 코드를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정확한 정보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국민들은 계란 자체를 구매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명과 난각코드를 잘못 발표하고 수정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켰다.

지난 9월 들어 계란 파동이 잠잠해지고 가격도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불안감으로 인해 계란에 손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다. 주변에도 보면 아이가 있는 집은 굳이 계란을 사지 않는다.

식품안전 컨트롤타워인 식약처를 중심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의 정보 부재와 잘못된 정보 전달은 ‘직무태만’이라는 비판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계란은 개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필수 품목’이다.

지난 8월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식약처가 관련 조사에 나섰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떨고 있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생리대는 품귀현상에 온라인상에서 웃돈을 주고 개인 거래를 하는 일도 왕왕 볼 수 있다.

생리대 관련 식약처 발표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포를 맞은 국민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 여성들은 면 생리대나, 해외 직구를 통해 대체 제품을 찾기도 하지만 소비자 쏠림 현상으로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온 국민들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소비자는 불안과 공포 자체를 떨쳐버리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지갑을 닫으니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소비에도 빨간불이 보인다. 믿고 지갑을 열 수 있게 도와주는 정부의 부재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