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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관 이야기] ‘시즌 특성’ & ‘경쟁상황’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  |  expert@econovll.com  |  승인 2017.10.07  07:48:51

영화광인 L 씨는 매년 9월, 10월이 되면 반갑기만 하다. 여름방학 시즌에는 몇 편의 영화들이 스크린을 많이 차지하는데 이맘때만 되면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9월에도 매주 적어도 10편 이상은 새로운 영화들이 쏟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영화가 나오는데도 극장은 대체로 한산하다. 최근에는 한 다양성영화를 관람하러 찾았던 한 상영관에 6명이 앉아 있었다. L 씨는 이런 영화들이 성수기 때 좀 더 분산해서 나와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     

   

매주 적게는 대여섯 편에서 많게는 열 편이 넘는 개봉작이 쏟아져 나온다. 몇 달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이 증폭되며 개봉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가 있는 반면, 개봉하는 그날까지 존재감이 미미한 영화도 허다하다. 극장은 이런 수많은 영화를 놓고 흥행을 사전에 예측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적절한 수의 스크린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스토리, 감독, 캐스팅 등 직접적인 요인은 물론 시즌에 따른 특성, 경쟁상황, 예매수량, 관객조사, 시사회 후 반응 등 주변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 요소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보자. 유명 감독이나 배우는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큰 부분이다. 예컨대 배우 인지도 조사를 해보면 할리우드 대표 배우 탐 크루즈는 십 년도 넘는 기간 국내에서 가장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송강호, 황정민, 이병헌 등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있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많은 감독들이 있지만 작품을 거듭하며 자신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은 몇 안 된다. 이런 감독들의 영화라는 당연히 흥행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흥행 요인 중 가장 ‘시즌 특성’과 ‘경쟁상황’은 스크린을 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영역이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시즌 수요가 크게 차이가 나는 편이다. 여름방학 시즌은 1년 중 가장 큰 시장이다. 7, 8월이 되면 각 배급사들은 가장 자신 있는 영화를 내놓는다. 대부분 대작영화다. ‘텐트폴 영화’라는 용어가 언제부터인가 등장했다. 텐트폴 영화란 텐트를 칠 때 세우는 지지대처럼, 한 투자배급사의 라인업에서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의미한다. 보통은 순제작비부터 다른 영화를 압도할 만큼 높고, 유명 감독이나 배우가 포진한다. 투자배급사의 입장에서는 다른 영화의 성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텐트폴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으면 1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따라서 제작부터 배급, 광고, 마케팅까지 엄청난 비용을 써가며 세밀한 전략을 구사한다. 이런 전략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텐트폴 영화의 제작비가 100억원대를 넘어 200억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흔해졌다. 이러한 전략은 스크린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스크린 쏠림 현상을 동반할 여지가 생긴다. 각 배급사들이 자신의 텐트폴 영화의 흥행 극대화를 위해 개봉일자를 겹치지 않게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A배급사가 7월 마지막 주, B배급사는 8월 첫째 주, C배급사는 8월 둘째 주, D배급사 8월 셋째 주… 이런 식이다. 그나마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편의 영화로 스크린이 분산되지만, 시즌 초반 대형영화 한두 편에 쏠림이 나타나곤 한다.

관객층이 몰리는 다른 시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크리스마스 시즌 등은 유독 극장가가 붐비는 때이다. 이 시기 역시 한두 편의 힘 있는 영화가 개봉일을 잡으면서 다른 영화들은 이를 피해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부 시즌 힘 있는 영화 개봉과 이를 피해가는 또 다른 영화들의 움직임은 스크린 쏠림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대형 텐트폴 영화를 피한 영화들은 또 다른 시즌을 택해 개봉에 나선다. 대개 방학이 끝난 신학기인 봄 시즌 3, 4월과 가을시즌 9, 10, 11월 같은 비수기로 몰려들곤 한다. 이로 인해 개봉 편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전체 관람객은 급감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비슷비슷한 경쟁작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시너지가 나지 않는 때다. 많은 영화가 스크린을 골고루 분산하고 있음에도 좌석점유율이 10%가 되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모든 영화들이 골고루 포진해 전체 시장 사이즈를 키우기 원하는 극장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어떤 영화든 경쟁작의 영향을 받는다. 영화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힘 있는 경쟁작을 피하는 것이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때론 큰 경쟁작과 정면승부해 좋은 결과를 내놓는 영화도 있다. 영화배급사업자의 고유 영역인 개봉 일시가 그래서 중요하다. 치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시장 특성과 경쟁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배급전략이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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