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윤 집토스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난 2월 방영한 미국 코믹호러드라마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Santa Clarita Diet)는 산타 클라리타 지역에 사는 부동산업자 부부가 극적인 사건과 변화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드류 베리모어와 키모시 올리펀트가 부부 부동산 중개업자로 열연했다. 이들이 본인들의 매물을 마치 자식처럼 아끼고 자신들이 살 집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임차인에게 열과 성을 다해 소개하는 장면은 내용과는 별개로 매우 인상적이다.

부동산 중개업은 우리가 흔히 ‘복덕방’이라고도 하며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의 매매‧대차‧교환을 위한 중개나 대리사무를 해주는 곳이다. 중개업자들은 매도자(임대인)와 매수자(임차인)에게 각각 나라에서 정한 수수료율 범위 내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취한다.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 속 부부 부동산 업자가 그러했듯 정말 자신이 믿고 살 만한 신뢰할 수 있는 매물을 ‘반값 복비’를 받으며 중개하는 ‘집토스’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임차인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매물’만을 제공한다는 27살의 청년 이재윤 집토스 대표를 만났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4학년 휴학 중인 이재윤 대표는 중개업을 시작한 지 2년 차에 접어든 새내기 중개업자이며 청년들의 보금자리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윤 대표는 처음부터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경영대 ‘벤처경영’ 과목 팀플로 만난 친구들 3명이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헬스장 앞에서 보충제를 판매한 것을 시초로 유휴 공간을 대학생들의 엠티장소로 임대하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유휴 공간을 이용한 임대사업에 수요자층의 반응이 크게 오자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중개업에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재윤 대표는 “공간 활용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경험이 적은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다”면서 “우선 학교를 떠나 군대에 있을 때 공인중개사 공부를 해 6개월 만에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함께 시작한 친구 모두 자취를 했고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친구 한 명씩 집을 직접 발로 뛰며 구해주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주변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집을 구해주는 것으로 시작해 3명씩 각각 200만원의 자금을 모아 개인사업자로 시작했다. 이렇게 설립한 ‘집토스(Ziptoss)’는 집을 토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직접 엄선한 투명한 매물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수수료 부담 없이 중개를 하고 있다.

집토스의 운영방식은 일반 중개업소들과는 눈에 띄게 다른 차별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인 부동산은 집을 구하는 임차인과 집을 임대하는 집주인 모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지만 집토스는 오직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는다.

이재윤 대표는 “현재 수많은 부동산이 광고비에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하고 이렇게 소비된 광고비를 최대한 많은 손님을 끌어들여 계약을 성사시킨 후 수수료로 메꾸고 남은 이익을 챙기는 형식”이라면서 “경쟁이 심한 시장이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앱과 인터넷 매물 정보가 많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일반 소비자가 접하는 온라인상의 매물 90% 이상이 광고 목적의 매물이고, 이런 허위매물이 판을 치는 이유는 낚시로 한 명이라도 더 전화가 오고 한 명이라도 더 만나 방을 계약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집토스는 온라인으로 매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국토부 대장과 실거래가는 물론 실제 거주한 사람들의 ‘촌철살인’ 후기까지 고객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취향과 의견을 존중해 선택하는 매물만 직접 소개하며 ‘말빨’이 아닌 실제 ‘믿음’으로 중개한다는 것. 이렇게 소개한 매물의 계약이 성사될 시 집 주인으로부터만 중개료를 받아 일반 부동산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딱 절반인 50%의 수익만 취하게 된다.

이 대표는 “실제 거주한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로 인해 집주인들의 반발도 있고 당장 수익은 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가 장착되고 실거주자들의 후기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장기적인 고객만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이재윤 집토스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2015년 7월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오프라인 중개에 주력했지만 온라인의 중요성을 느껴 2016년 주식회사 집토스를 출범하고 온라인 중개업으로 초점을 맞췄다. 이후 올해 2월 중개법인을 자회사로 설립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처음 3명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현재 10명으로 늘어났고 강남과 왕십리에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중개업 2년 차를 맞이한 이재윤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신 있는 중개를 해왔지만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우선 부동산시장은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시장규모 자체가 크고 매력적이지만, 분야 자체가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거나 사람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요자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이 어려웠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둘 다 함께 균형을 맞춰 마케팅을 하고 운영하는 것이 난이도가 높은 일”이라고 했다. 또 “반값 중개로 관심이 집중되자 ‘집토스는 거래질서를 흐트러뜨리고 공정거래를 위반’한다며 부동산업자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집토스 강남점의 경우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이 찾아와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횡포를 놓거나 손님인 척 위장하거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이재윤 대표는 지금과 같은 운영방식과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대학생을 중심으로 직장인, 고시생 등으로 고객층이 점점 더 넓어져 가고 있다”면서 “집을 중개하는 일은 고객에게 편안한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고객이 옳은 선택(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고객이 심리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각 매물들에 따라 그리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매칭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알고리즘 큐레8이션도 개발 중이다”고 덧붙였다.

‘맨 땅에 헤딩’ 정신으로 뭉친 개성 넘치는 젊은 창업자 3명이 모여 시작한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2년 전 집토스를 통해 집을 구한 고객이 계약이 끝난 후 다시 찾아와 또 다른 집을 계약했고 지금 그 고객은 현재 집토스의 일원이 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중개를 하고 있다.

또 이재윤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고 했다. 그 고객은 바로 이란에서 서울대학교로 유학 온 외국인 여학생이었다. 이 대표는 “이란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면서 “당시 보증금은 100만원, 월 30만원 선에서 6개월 단기로 살 방을 구해야 했는데, 남편과 갓난아기까지 함께여서 이미 다른 부동산에서 거절해 찾아 온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꼭 방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밤늦게까지 뛰어다니며 집주인을 삼고초려로 설득한 끝에 바로 이사할 수 있는 방을 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대윤 대표는 “사실 창업이라는 것 자체가 3개월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일”이라면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 일을 하는 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정말 고객이 믿고 살 수 있는 중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