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산물 중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것은 건설자재인 토석과 약용작물, 버섯류 등 단기소득임산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림청은 매년 발표하는 임산물 생산 조사 2016년 통계를 26일 공시했다. 토석 생산량은 지난 해에 전년 대비 9000억 원이 증가한 3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단기소득임산물은 2조7000억원으로 생산량 2위였지만 버섯, 산나물, 약용작물 등은 전년보다 2~11%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물 생산조사는 14종 147개 임산물 생산액(임산물 소득) 조사한 다음 국내 임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본 자료로 사용된다. 이 통계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농산업 자료 중 하나로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패널이 집적돼 왔다.

▲ 2016년 임산물 소득 통계(출처=산림청)

2016 임산물생산조사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임가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와 행정 조사, 전수 조사를 병행했다. 최근 들어 임산물 생산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 해 생산액은 9조 2032억 원을 기록했다.

산림청은 “토석(3조 6000억 원), 약초, 나무 열매 등 단기소득임산물(2조 7600억 원), 산에서 자란 나무(2조 1000억 원), 연료 이외의 목재(4906억 원)가 주요 임산물 생산 품목이며, 토석의 경우 건설사들이 산림에서 수집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생산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천이나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 돌 등은 건설자재로서 품질이 떨어져 현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게 산림청 관계자의 평가다.

‘돈 되는 농사’로 홍보한 단기소득 임산물 생산액, 왜 떨어지나

한편 생산량 2위를 차지한 단기소득임산물 생산량은 지난 해(2조 8000억 원)보다 1000억 원이 떨어진 2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조경재 생산액이 65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약용 식물이나 수실류(나무 열매), 버섯 등도 생산량이 평균 5% 가량 떨어졌다. ‘돈 되는 농사’로 농식품부와 산림 당국이 홍보해 왔던 종목들이 부진한 것이다.

▲ 2015년 대비 2016년 임산물소득 비교표(출처=산림청)

산양삼 농사를 짓고 있는 조성근 평창닷컴 대표는 “산양삼과 인삼의 경우 약 3년 전부터 이 품목의 소득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양삼 종자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지난 해보다 3배가 넘는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약용작물 시장에 조정기가 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경기 변동으로 인해 약용작물 생산량이 급감했다기보다 시장 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 자연히 수익성이 줄면서 생산액에도 조정이 있다는 것이다.

▲ 임산물 중 가장 부가가치율이 높은 송이버섯(출처=나무위키)

서윤정 벤처기업협회 농어촌벤처포럼 의장도 “임산물이나 화훼류는 유행을 타는 특성작물이라는 측면 때문에 최근 들어 가격 변동성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서 의장은 “전략적인 마인드 없이 약용작물이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쉽게 뛰어드는 것은 확실히 문제”라고 진단했다.

농협경제지주의 한 관계자도 “강원도 양양에서 생산된 송이 10kg이 100만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2~3년 안으로 조정이 올 것으로 보인다. 송이버섯은 다른 작물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지만 지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하다 보면 금세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리적 표시제 등 특화 방법 찾아야

임산물 생산액 실적이 가장 우수한 지역은 경상북도로 1조 5000억 원 규모였다. 그 다음이 경상남도(1조 2000억원), 강원도(1조 1700억원), 충청남도(1조 1093억 원), 전라남도(1조 960억원) 순이었다. 경상북도는 대추, 떫은감, 오미자, 송이버섯 등의 생산액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산 대추, 문경 오미자의 경우 산지를 표시하는 ‘지리적 표시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약용작물이나 열매 등 단기소득임산물 생산액도 경상북도가 6556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임업진흥원의 여진기 임업소득 본부장은 “지리적 표시제는 개별 품목 조합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서 받는 것이다. 산양삼이나 인삼의 경우 5 km 차이로 개별 단가가 5만원~10만원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특화되어 있는가 여부가 핵심 경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유통 인프라 강화도 절실해

임산물 소득 증대에 필요한 또 다른 전략은 유통 인프라 강화다. 경북 의성에서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조 모씨는 “유통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인지 제품이 비싸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매우 안타깝다”고 털어 놨다.

토석은 중간유통비가 80%, 밤이나 표고 등 단기소득임산물은 유통비가 44%나 된다. 2015년 기준으로 임산물 도소매 마진율은 32% 정도로 농산물(23.7%)이나 수산물(15%)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생산자들의 1회당 출하 규모가 작은데다 공동 출하 등의 조직적 판매 채널도 부족하다.

가공 실태도 열악하다. 밤, 대추, 호두는 거의 대부분 원물 형태로 판매ㆍ유통되고 있어 부가가치를 더 올리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산나물도 봄철에 생산이 집중돼 시기별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유통기획 전문가인 김재훈 식탁이 있는 삶 대표는 “적은 원물을 수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임가(林家)들이 자체 판로까지 개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일상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특용 작물일수록 서로 시너지가 나는 품목들끼리 연계해 주는 큐레이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