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CT 기업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공익의 가치를 들고 국내 시장을 설득하기 시작한 게 그것이다 . 한때 유통가를 휩쓴 ‘착한소비 캠페인’과 닮았다.  

일부 ICT기업들이 보인 태도를 본다면 '착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은 한국에 대해 별 생각이 없어보이는 게 확실하다. 한국은 최대 5000만대 이상의 물량이 준비되고 있다는 아이폰X 3차 출시국이 유력하고  애플스토어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동해를 일본해로 알고있으면 혼자 조용히 알고 있을 것이지 굳이 한국 고객들에게 공개하는 뻔뻔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최악의 AS는 전혀 다른 의미로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엔비디아, 오라클 등 비단 ICT 기업을 넘어 루이비통 코리아, 샤넬 코리아 등 글로벌 패션업체도 굳이 한국에 큰 공을 들이는 것 같지 않다.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는 말은 참 많이 들었는데 이 말은 “한국은 테스트 베드로 사용하거나, 시장은 중요하지만 고객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들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한회사라는 점인데, 이 역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일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재미있는 패러다임을 들고 나타나 눈길을 끈다.

▲ 구글 안드로이드 기자회견. 출처=구글 코리아

구글과 페이스북, 우버 ‘코리아’

구글 코리아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캠퍼스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컨설팅 업체의 알파베타가 만든 보고서다. 2010년 안드로이드가 국내에 상륙한 후 그 경제 효과를 정량화해 발표한 최초의 사례다.

수수료 30%의 위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지난해 최소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는 구글 코리아가 안드로이드 경제 효과를 들고 나온 이유는 자명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안드로이드에 매긴 사용자 체감 가치가 연간 15만2000원, 국내 사용자 전체로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저의는 ‘안드로이드는 착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구글이 일자리 창출과 경쟁과 생태계 혁신 촉진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최대 0.27%포인트, 약 17조원이나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코리아는 지난해 지도반출 이슈가 불거졌을 무렵 포켓몬고를 인질로 삼아 정부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포켓몬고를 한국 이용자들은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며 유난히 한국 게이머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런데 현재 포켓몬고는 지도 반출이 이뤄지지 않아도 잘만 구동되고 있다. 이게 구글 코리아가 보여주는 일처리 방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캠퍼스 서울 개소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일 것이다. 

구글 코리아가 안드로이드의 경제 효과와 한국 게이머들을 걱정하는 측은지심으로 무장했다면, 페이스북 코리아는 더욱 노골적으로 중소기업의 손을 잡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 7월 코트라와 협력해 중소기업 수출 지원 프로그램인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의 성과와 비전을 소개하는 출범식을 열었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는 페이스북과 코트라가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시작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다. ICT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국가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전략 수립 및 마케팅, 실무를 망라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무대 판로를 열어주면 스타트업들이 플랫폼 사업자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생태계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전형적인 윈윈전략이라는 설명이다.

▲ 페이스북 메이드 바이 코리아 기자회견. 출처=페이스북 코리아

페이스북 댄 니어리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페이스북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로서, 한국의 경제 환경은 물론 기업들이 마주하는 기회와 어려움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페이스북코리아가 순수하게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상생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곰곰이 생각해야할 대목은 자체 플랫폼 강화 로드맵 여부다. 초연결의 SNS 선두기업인 페이스북은 다양한 콘텐츠 플레이어를 확보해 자기들의 미래 플랫폼 전략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그 중심에서 콘텐츠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과 손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버 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우버코리아는 지난 21일 카풀 서비스 우버쉐어를 시작하면서  한국의 대기오염을 걱정하는 공익 패러다임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환경오염 방지, 나홀로 차량을 줄여 교통혼잡을 줄이는 한편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우버쉐어의 목표로 내 걸었다. 브룩스 엔트위슬 우버 아태지역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며, 이곳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면서 “탄소배출에 따른 환경오염을 비롯해 심각한 교통체증은 해결해야 하고 이를 우버쉐어가 책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버는 진지하다. 우버쉐어 론칭 전인 지난달 29일 이미 환경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출퇴근 차량감소와 대기오염 방지를 막자는 취지인 에코 드라이버 캠페인까지 시작했다.

▲ 브룩스 엔트위슬 우버 아태지역 CBO. 출처=우버 코리아

나쁘지 않다...그러나 너무 속 보인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상생을 걸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일각의 비판에 대응하려는 것은 나쁘지 않은 행보다. 상생 ‘마저도’ 걸지 않고 시장을 파괴하는 것을 불사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익을 걸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마케팅 전략에서도 고수급이다.

마케팅도 본질적 가치를 찾아가면 결국 진심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과 국내 ICT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졌고 세금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  자기를 철저히 감추고 원하는 것만 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 곱게 보일 이유는 없다.

일부 ICT 기업이 한국을 사랑해서 자기 재원을 동원해 돕겠다고 말하는 것을 100% 믿는 사람은 없다. 차라리 윈윈전략을 통해 각자 원하는 것을 챙기자는 생생한 제안이 더 의미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마디로, 너무 속 보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