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체 손보기는 아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한  말이다. 김 장관은 “이름을 걸고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김 장관이 이렇게까지 나서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 대해 불법파견 결론을 내리고,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고용부 지시로 SPC그룹은 당장 본사 직원 5000여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임금폭탄’을 맞게 된 SPC는 정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할 경우 회사 존립까지 위태롭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게 될 제빵사를 파견하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도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맹점주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이 된다면 월급이 본사 직원 수준으로 오를 게 분명하고, 점주가 제빵사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불법파견’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기 돈을 투자하는 사업에서 모셔야 할 ‘갑(제빵사)’이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제빵사 노조 측은 가맹점주 부담 때문이라는 것은 본사의 핑계일 뿐이고, 불법 파견된 인력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비슷한 산업의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제 2의 파리바게뜨’가 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 전체에 퍼진 파리바게뜨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퍼지면서 국회의원들의 관련 발언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고용부가 진땀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일까.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을 반드시 기한 내에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다”면서 “본사와 원만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여지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가맹사업법과 상충된다는 반발도 거세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상황을 탐색 중이다. 취임 이후 산업의 공정한 질서를 위해 업계에 강력한 칼날을 겨눠왔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파리바게뜨 사태와 관련해서는 힘이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체 종사자에게 큰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노동 관계법에 있어야하는 내용도 가맹계약법에 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에둘러 비판할 뿐이다. ‘재벌 저격수’ 김 위원장 말에 무게감이 실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일을 벌려놓은 정부는 업계 반발이 심하자 조금씩 눈치를 보지만 정확한 방향은 잡지 못한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살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핵심 과제가 ‘일자리 창출’인데, 정부의 칼날에 벌써부터 회사 존립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기업을 압박하는 손보기가 아니라 손을 내밀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돈을 잘 버는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최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사업을 접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각종 규제에 불경기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정리한 돈으로 서울 변두리에 작은 건물을 샀다고 했다. 차라리 속이 편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회사에서 일한 근로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도 속이 편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