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이코노믹리뷰 편집국. 너무나 평화로워 노트북을 누비는 손가락에 불이 날 지경일 즈음 취재원 한명이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이것저것 서로 안부를 물으며 한담을 나눴지만 슬슬 마음이 급해질 때, 취재원은 얼마전 제가 쓴 가상화폐 관련 기사 링크를 보내주며 말합니다. "그러니까...비트코인 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 생경한  질문을 기사 제목에 턱하니 붙이기도 했으니 뭔가 답을 주기는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먼저 하고 싶어요. 제가 그걸 알면 여기서 기자하고 있겠습니까? 몰라요. 실망하신 독자분은 여기서 '뒤로가기' 누르셔도 슬프고 절망스럽고 피눈물이 흐르지만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남아 있는다면 분명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겁니다. "비트코인을 지금 사세요!"라고 말은 못하지만 최소한 최근의 상황과 유의미한 변화, 나아가 진짜 중요한 트렌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상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가상화폐의 대명사로 불리는 비트코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열풍이 불면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의외로 역사가 깁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그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이름으로 보아 일본인이 아닌가라고 추론하는 수준입니다.

초창기 비트코인은 당연히 이목을 끌지 않았습니다. 첫 거래는 언제일까요? 2010년 5월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한 네티즌이 1만 비트코인과 피자 2판을 바꾸자는 글을 올렸는데, 이것이 비트코인 역사상 첫 거래라고 합니다. 자기에게 피자 2판을 보내주면 1만 비트코인을 보내겠다고 했어요. 거래는 성사됐으며, 비트코인을 통한 실물거래가 발생했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월세사는 비루한 처지인지라 피자와 같은 고급음식을 먹어보지 못해 요즘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420만원(26일 기준) 입니다. 아, 피자가 이렇게 고급스럽고 위험한 음식인줄은 몰랐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은 서서히 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초창기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 곡스가 일본에 설립되며 그 열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 곡스는 2014년 2월 파산했으며 소위 ‘선각자’로 불린 비트코인 초창기 멤버들도 불법거래 혐의로 줄줄이 기소돼 유죄를 받았어요. ‘비트코인의 왕’이라 불리던 로버트 파이엘라와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인스턴트’를 운영하던 찰리 슈렘이 감옥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며 비트코인 자체에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고, ICT 업계는 비트코인 대신 비트코인을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비트코인이 가상'화폐'인 관계로 금융업계에서 비트코인에 빠르게 집중해요.

사실 ICT 업계 기자 입장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도 관심사지만 블록체인이라는 아이템은 더욱 매력적입니다. 분산장부의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과 거래를 했다고 생각합시다. 그리고 B라는 사람이 C라는 사람과 거래를 했다면 이러한 과정은 각자가 가진 모든 거래장부에 자동으로 기입되는 것이 블록체인 방식입니다. 여기에서 누군가 장난을 치고 싶다면 기존 은행의 경우 거래장부를 해킹하거나 훼손하면 그만이지만, 블록체인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해요. 모든 사람의 장부를 동시에 위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어요. 만약 누군가 체인을 이어가며 위조를 시도한다면? 51%의 마법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거래가 연속으로 벌어지다 여러 줄기로 거래로 나눠지면, 거래가 짧은 거래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방식입니다. 네, 맞아요. 그 유명한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가 나옵니다.

100명의 병력을 가진 비잔틴 장군 5명이 하나의 성을 정복하기 위해 모였다고 합시다. 이들은 성을 공격해야 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으며, 각자의 진영은 사로 떨어져 있어 전령을 보내 통신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시다. 적의 성에는 300명의 병사가 있고 장군들은 최소 300명이상의 아군이 동시에 움직여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자. 어떻해야 할까요?

서로 사이좋게 믿고 성을 공격하면 문제가 너무 쉽겠죠? 이때 누군가 꾀를 냅니다. 공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편지를 돌려보는 겁니다. 이렇게요. 모든 장군은 10분의 시간을 들여 문제 하나를 풀고, 문제를 풀면 공격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게 다음 공격시간을 공지한 후 다른 장군에게 넘겨요. 이 과정에서 시간과 문제를 푼 흔적은 반드시 다른 장군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즉 1번 장군이 오후 11시라는 공격시간과 함께 10분간 문제를 풀어 두 정보를 2번 장군에게 보내면 2번 장군도 문제를 풀고 1번 장군으로부터 받은 공격시간과 함께 자신이 푼 문제 내역과 1번 장군의 문제 내역을 3번 장군에게 보내는 겁니다.

여기서 3번 장군이 배신자라면 어떻게 될까요? 3번 장군은 오후 9시라는 공격시간을 적고 1, 2번 장군의 문제 내역과 자기의  문제 내역을 4번 장군에게 보낼겁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체인이 갈라져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모든 장군들은 자기에게 도착한 편지의 내역을 알 수 있다고 했죠? 이렇게 되면 4번과 5번 장군은 오후 11시라는 1, 2번 장군의 시간과 오후 9시라는 장군의 3번 장군 중 누가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알게됩니다. 비트코인으로 보면 블록에 담긴 거래 내용을 암호화한 상태에서 그 해시 값을 다음 블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계속 반복(Proof-of-Work, PoW)하는 방식입니다.

비트코인을 인증의 단계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 유통 전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앙집권이 아닌 철저한 분산엔진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내역'이 남는다는 점이 중요해요. 중고차 판매를 예로 들어보면, 딜러가 중고차 기록을 조작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왜? 제조부터 이동, 주유, 수리, 딜러에게 넘어간 순간이 모두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 쇼크

너무 장황한 블록체인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다면, 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확신합니다. 세상을 조금 더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이니까요.

이제부터는 가상화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가상화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시와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약 800종에 이르는 가상화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는 모두 알트코인(Altcoins)이라고 부르며 비율로 따지면 아직은 비트코인이 90%, 알트코인이 10% 수준입니다.

이더리움 이야기를 들어봤을겁니다. 러시아의 프로그래머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개발했으며 C++, 자바, 파이썬, GO 등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지원해요. 다만 지난해 6월 해킹을 통해 약 360만개의 이더리움이 해커에게 탈취되는 등, 가상화폐의 근원적인 약점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코인 생성 주기를 크게 당겨 편의성을 올렸으며 자연스럽게 대량의 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라이트코인도 있어요.

그래도 대세는 아직 비트코인. 특징은 세가지입니다. 발행주체가 없고, 엄밀한 의미의 주인이 없으며, 누구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 분산엔진인 블록체인으로 생성하니 발행주체가 없는 것이고 모두가 발행주체가 될 수 있으니 영원한 주인도 없어요. 그리고 PC로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인 채굴로 누구나 비트코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의 컴퓨터가 슈퍼 컴퓨팅 기능을 가져야 하지만. 그래서 비트코인을 더욱 일반적인 방식으로 구하는 것은 거래소를 통해 구입하는 겁니다.

▲ 출처=픽사베이

문제는 중국이에요. 가상화폐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이 최근 ICO를 중단하는 등, 시장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위 '포괄적 금지 정책'입니다. 쉽게 말하면 가상화폐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신호'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중국의 3대 비트코인 거래소에 폐쇄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중국발 악재가 전해지기 전 비트코인 가격은 4500달러에 이르렀지만  18일 3500달러로 내려앉으면서 약 22% 가량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지금은 다소 반등해 42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등락을 거듭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국내에는 소위 3대 거래소가 있습니다. 바로 코빗과 빗썸, 그리고 코인원이에요.

코빗은 26일 넥슨에 인수됐습니다. 넥슨의 지주사 NXC가 코빗 주식 12만5000주(지분율 65.19%)를 912억원에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코빗은 올해 기준 약 8억원의 손순실을 기록하는 등 주춤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에 게임 대기업이 진입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코인원은 중국의 퀀텀 등과 빠르게 협력하는 등, 기술기반 플랫폼을 내세운 특이한 거래소입니다. 26일 센트비 투자로 확인할 수 있어요. 코인원은 센트비 투자를 시작으로 국내외 성장 잠재력을 지닌 핀테크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크로스라는 자체 소액해외송금 서비스를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빗썸은 다소 조용하지만, 역시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카카오가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어요. 카카오는 정식 입장자료를 내어 부정했습니다. 다만 카카오가 투자한 두나무의 업비트 런칭은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두나무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Bittrex)와 독점 제휴를 체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코인과 마켓을 지원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판도를 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카카오까지 이어지는 큰 그림을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코인원 오프라인 객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그래서, 사라는 거야?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미래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워낙 등락이 큰데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수하게 거래량에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드포크 후에도 뚜렷한 등락의 동력을 파악할 수 없어요. 게다가 중국 리스크는 시장에서 꽤 비중있는 변수로 꼽힙니다.

그러나 현금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동전없는 사회가 이미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화폐거래 '방식'은 분명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식이 변한다고 당장 비트코인이 기축통화로 우뚝 서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방식'의 대안으로 가상화폐가 유력한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만 말하겠습니다.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비판한 억만장자 마크 큐반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비트코인 가격은 중국 리스크 후 100달러 이상 떨어졌습니다. 미국 최대 옵션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올해 말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튤립사기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고 하네요. 자,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