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크리에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기회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가 집중되고 있으며, 그와 비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MCN으로 통칭되는 시장에 대한 기대는 미디어 시장의 미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웁니다.

 

먼저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지점이라 이 역시 MCN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의견들이 갈립니다.

다만 이커머스와 연결하는 방법론에 기타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출, 혹은 크리에이터의 활동 세분화 등등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입니다. 일단 미디어 커머스를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는 명확합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는 시장이 앞으로 건전한 논의를 거듭할수록 어느정도의 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MCN 업계는 자발적인 풀뿌리 시장이 구축되며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수록 MCN 협회를 중심으로 나름의 가능성 타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어쩌면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보다 더욱 심각한 이슈입니다. 바로 선정성, 그리고 폭력적 콘텐츠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장면입니다. 지금도 종종 아프리카 TV의 일부 BJ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 심지어 가학적인 콘텐츠를 공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별풍선을 구걸하기 위해 옷을 벗거나,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가학적인 동영상을 촬영해 인기를 모으려는 BJ들은 지금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선정적, 폭력적 콘텐츠가 판을 치고 공공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정보와 데이터가 범람하는 순간 규제를 불러오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초기 인터넷 사업과 비슷한 재앙이 MCN 업계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웹툰 질풍기획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광고대행사의 막내직원인 영희가 아무리 봐도 수상쩍은 광고주의 제품을 보며 "우리가 열심히 만드는 광고가 사실 사회를 오염시키는 숙주가 아닐까?"라고 중얼거려요. 맞습니다. 이제 1인 크리에이터는 기존 미디어의 자리를 위협하며 뜻하지 않은 리스크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정교한 검수작업으로 사로잡으면 된다? 안타깝게도 그건 MCN이 아니게 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고민합니다.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을 뉴미디어의 미래로 보고 육성해야 한다면, 기존 미디어와의 협력을 꾀하거나 MCN 형태의 연합군을 구축하면 됩니다. 다만 이를 경계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게 됩니다.

규제는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전체 심의요구 건수를 분석한 결과, 무려 70%가 아프리카TV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전체 적발건수만 봐도 2015년 306건, 2016년 1136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625건에 이르기 때문에 조만간 신기록 경신이 유력해 보입니다.

김성수 의원은 "인터넷 개인방송의 불법적이고 유해한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서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최근 자극적으로 선정적인 영상 등 불법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자율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전체 인터넷 방송과 선정적이고 폭력적 콘텐츠 비중을 따지면 당연히 후자가 극소수입니다. 이는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 규제와 진흥을 번갈아 덧대면 됩니다.

이러한 선정적, 가학적 콘텐츠의 등장은 그 자체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바로 플랫폼 신뢰도입니다.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최초 1인 크리에이터의 탄생은 말 그대로 일반인의 손에서 시작됐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먹방과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크게 확장해 극단의 방식으로 끌고가 이목을 모았습니다. 사람들이 몰렸고 일종의 플랫폼이 됐어요. 나아가 시대에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되었고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최신 플랫폼의 기술 고도화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직후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도 속속 1인 미디어에 뛰어듭니다. 수익과는 무관하게 기자도 들어가고 언론사가 전략을 짜 진입하기도 합니다. 공학박사와 군사전문가, 유통전문가, 공연기획자 등 저변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1인 크리에이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노립니다.

이렇게 1인 미디어의 주체와 영역이 동시에 넓어지며 이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겹치게 됩니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신뢰의 문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는 1인 크리에이터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유아교육을 전공한 제 아내는 가끔 눈쌀을 찌푸리더군요. 이유를 묻자 "다 좋고 재미있는데...아이가 대변을 보는 행위를 '똥을 싸고 있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합니다. 더 캐물어 보니 이렇답니다.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는 나이가 되면 정교한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요.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으면서 "응가하자" 혹은 "모양도 예쁘네, 예쁜 응가가 나왔어"라고 하는데 갑자기 영상에서 "아우! 똥 냄새! 이 아이가 똥을 쌌네요!"라며 눈쌀을 찌푸리는 영상을 아이들이 본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아내의 생각입니다.

‘메이크업을 사랑하는 대학생이 기존 업계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메이크업을 발명했는데 그게 건강에 나쁘다면? 치명적이라면?’

맞습니다. MCN 시장이 열리며 다양한 플랫폼이 전문 플랫폼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세상에 콘텐츠를 뿌리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MCN 사업자들이 주목해야 하며, 정치와 사회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콘텐츠와 플랫폼은 몇몇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일반으로 서서히 넘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지 않은, 그러나 일반인의 손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공적 플랫폼의 가치를 저해하는 요소를 방지하는 겁니다. 이 일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법적인 처벌이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MCN 협회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면서, 나아가 각 MCN과 크리에이터가 책임감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 유라야 놀자팀.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최근 ‘유라야놀자’ 키즈 콘텐츠를 만드는 MCN을 만났습니다. 크리에이터 유라는 실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콘텐츠에 이를 적절하게 담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합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어도, 괴성을 지르거나 얼굴을 구기지 않아도 유익하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역시 쓰고보니 운용의 묘입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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