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이 도를 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통관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이미 이마트가 6개 매장을 팔고 철수하기로 했고 롯데마트도 전면 철수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무역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북해 공조를 위해 성급하게 폐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울러 중국의 사드 무역보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지속해서 낮추는 방향으로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서 실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한 궁극으로는 중국 시장뿐 아니라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를 위해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고도화에 주력하고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개선되도록 대중(對中) 공공외교노력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26일 ‘중국의 사드 무역보복과 우리정부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사드보복으로 우리 기업 피해 눈덩이

이 교수는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전체 점포의 90%에 해당하는 점포가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연내 중국 철수를 추진 중이며 이마트는 이미 중국에서의 유통·판매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고 정리 수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기아차,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이 거의 절반으로 대폭 삭감됐으며 관광 산업은 올해 손실액만 18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보복 조치의 형태도 다양해 ▲중국 국내의 소방법 및 시설법 등에 근거한 영업정지 조치, ▲중국측의 협력 업체에 대한 납품 대금 지급 중단,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현지 은행의 해외 외환 송금 비허가▲중국 세무 당국의 세무 조사, 인증 절차 시 차별 대우,해킹 공격 등 경제 보복의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장기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교수는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공조를 이유로 중국의 사드 무역보복 행위에 대하여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공식으로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WTO 제소 입장 철회 발표에 대해 국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협상 카드를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리 기업의 피해 자료를 모두 수집해 WTO에 제소할 경우 중국의 무역보복 행위가 WTO 규범의 기본 원칙인 ‘최혜국대우(MFN)’ 규정을 위반하고 중국의 자국민에 대한 한국 관광 제한과 금지가 중국의 서비스 분야 WTO 규범과 양허 약속을 위반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 "대중 WTO 통상 압박카드 성급하게 폐기"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 행위에 대한 WTO 통상 압박카드를 너무 성급하게 폐기해버렸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WTO 제소 가능성을 공식으로 부인한 것은 중국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정책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그렇지만 이 같은 공식 발표가 우리 정부의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장이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WTO 제소 가능성을 옵션으로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 발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사전조율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WTO 제소 카드는 중국에 대한 공식 분쟁제기의 의미도 있지만, 분쟁 개시에 앞서 양자로 협의할 수 있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WTO 분쟁 절차상 협의단계의 양자 해결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중국과의 장기적 관계를 고려한 외교 정책 측면에서 볼 때, 중국에 대한 WTO 제소포기는 나쁜 결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중국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의 대응 차원에서 WTO 제소가 유일한 대응 방안은 아니며 WTO 제소는 승소의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패소의 가능성도 있는 ‘양날의 칼’을 지닌 위험한 카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다양한 다자 채널을 활용해 중국의 불공정 차별적 무역 행위에 대한 국제 여론을 조성하는 방안”이라면서 “정부는 중국의 사드 무역보복 행위가 일방주의적인 무역규제 또는 차별적 무역 조치이며, 국제 질서를 주도하고자 하는 경제 대국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무역 정책임을 지적하면서 이의 효과적 주장을 위해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 경제보복 막으려면  우리 기업 보호규정 마련해야

이와 동시에 정부는 향후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 중 제2의 경제 보복 피해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이른 시일안에 중국과의 서비스 및 투자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을 개시해 중국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투자자 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 내지는 우리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투자 장벽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도록 고위급 협의체 구성 및 정기적협의와 대응 의무 조항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이 무역보복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주도록 ▲사드 배치와 미국이 추구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간의 차이를 강조하며, ▲배치된 사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철수할 수 있는 것으로, 중국이 우려하는 미국의 MD 체제와는 별도의 정책적 성격임을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