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50대 남성들의 퇴직이 빨라지면서 경제적 고통은 물론 정서적 고립감이 심화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삼식이'라는 별명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삼식이는 은퇴 후 바깥에 나가지도 않고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남편을 조롱하는 신조어이다. 과거 가부장 사회에서 권위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일’에만 매진해 가족과 소통이 적었던터라 삼식이들은 가족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급격히 줄어든 수입 탓에 명절 등 행사가 있을 때면 삼식이들의 압박감은 더해진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말하던 아버지들이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50대 남성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 증가…사망원인 2위 ‘자살’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우울증 환자는 전체 57만 8161명으로, 이 중 50대 남성은 3만 3679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성 ‘공황장애’ 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황장애’ 질환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최근 5년간 2010년 5만 945명에서 2015년 10만 6140명으로 연평균 15.8%씩 증가했다. 그 중 남성은 2010년 2만 6198명에서 2015년 4만 9669명으로 5년간 연평균 13.6% 증가했으며, 2015년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가 310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는 275명, 70대 이상은 269명 순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50대 사망원인 2위는 자살이다. 지난 5월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행한 ‘2017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50대 자살생각 동기 1위는 ‘경제생활문제(31.3%)’였으며, 2위는 30.6%로 ‘정신과적 질병문제’였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과 정선용 교수는 “모든 우울증에서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자살”이라면서 “특히 남성의 경우는 확실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단 시도하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 남성이 우울증 치료에 적극적이어야 할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선용 교수는 “50대 남성의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자연스레 나아지기 보다 60대에 이르러서 진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가성치매라고 하는데, 이는 우울증에 걸릴 경우 정신활동이 느려져셔 얼핏 보기에 치매환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성치매라는 증상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진짜 치매로 넘어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치매 증상이 우울증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많고, 우울증을 치매로 오진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연령이 높을수록 치매와 우울증의 혼동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악화될 가능성도 나이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50대, 갱년기와 맞물리는 시기…생활습관 개선·가족과 대화 중요

50대 남성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살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금연, 금주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은 절망감이나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이나 담배를 찾지만, 이는 장기로는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살 기도를 하거나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고, 약물 등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정 교수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경우 갱년기와 맞물려 우울증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그는 “남성 갱년기에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기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양기가 떨어지면서 의욕도 떨어지고, 밥맛조차 없어진다”면서 “밥을 거르거나, 폭식하는 습관은 불규칙적으로 신체에 스트레스를 주어서 우울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람이 우울하면 기운이 제대로 순행하지 못하고, 결국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중년 남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 전문가는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또 사회적 배경과 나잇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다 보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50대 남성 우울증에 좋은 茶>

기운이 부족한 상태라면 인삼차가 좋다. 정 교수는 “인삼차는 기운을 북돋아 주어서 의욕을 올려줄 수 있다”면서 “기운이 부족한 상태의 우울증이라면 한약재도 인삼이나 녹용 같은 한약재가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가 막혀서 우울해진 상태라면 기운을 순행시켜주는 효능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기가 막힌 상태라면 귤피차가 좋다. 기가 막힌 것을 풀어서 운행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약재로는 분심기음을 추천한다. 가슴 속에 뭉친 기운을 대소변으로 나가게 해 기운을 순행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