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을 한자어 그대로 풀자면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으로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추석은 1년 동안 수고롭게 일해 쌓은 수확(성과)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마음껏 기뻐하기에 충분한 우리 명절로 지키고 있다. 

모두가 기뻐해야 할 추석을 대하는 요즘 분위기는 분명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명절 특수’라고 해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 시장에 활기가 돌고 물건을 생산하는 이들이 많은 돈을 벌고, 그것이 다른 시장에서 소비를 일으키면서 활기를 옮긴 선순환 경제는 이제는 옛말이 됐다. 유례를 찾기 힘든 열흘이라는 긴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좀체 소비는 늘어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장기 경기 침체라는 근본 원인이 있겠다. 게다가 소비 감소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효과가 의심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한 몫을 한다.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해마다 추석 연휴와 맞물린 시기에 열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좋은 예일 것이다. 행사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적된 단점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행사가 있기 전부터 매년 있은 백화점, 대형마트들의 정기 세일을 간판만 바꿔서 포장한 느낌을 3년째 지우지 않고 있는 것이다.

 행사에 참가하는 유통업체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제품들의 파격 세일을 유도해 소비자들에게 행사를 확실히 각인시키자는 업계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일수를 종전의 월 2일에서 4일로 늘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소규모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의무휴업이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지만 휴업일수를 늘리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게다가 잠재고객들은 해외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 여행사의 올 추석연휴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지난해 추석 닷새 연휴의 3배를 넘고 유럽 4.6배, 일본 3.9배, 동남아 3배, 남태평양 여행 예약은 같은 기간 2.3배 늘어난 것은 명절 특수를 기대하는 유통업체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지난 정권과는 다른 ‘더 나은’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다시 철저하게 점검하고 잘 못된 점을 개선하는 게 마땅하다. 언제까지 소비가 안 된다고, 돈을 안 쓴다고 국민들 탓을 할 것인가. '적폐(積弊)'라는 표현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 때 우리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진짜 적페를 찾아내야 한다. 대통령의 인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