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은 과정이 윤리적이고 결과물인 데이터가 무결(無缺, Integrity)할 것을 요구한다. 윤리는 임상시험 참가자의 권익과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데이터의 무결이란 완벽이 아니고 데이터가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작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과정의 윤리성과 데이터의 무결이 임상시험의 핵심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규정 ‘21 CFR 312.120’에 의하면 GCP(Good Clinical Practice, 임상시험 실시에 관한 기준)에서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과 데이터의 무결을 만족시킨다면 미국 IND(임상시험허가) 없이 미국 밖에서, 예를 들면 한국에서 행한 임상시험에 근거해 신약 임상 신청도 신약 허가 신청도 할 수 있다.

GCP란 의약품 임상시험 실시에 필요한 임상시험의 계획, 실시, 모니터링, 점검, 자료의 기록 및 분석,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 작성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결과를 얻고 시험대상자의 권익 보호와 비밀 보장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를 말한다.

미국 규정 21 CFR 312.120에서 데이터의 무결성과 과정의 윤리성을 평가하는 카테고리는 11가지다. 1번 요구사항은 연구자(임상시험 담당의사)의 자격이다. 해당 연구와 관련 훈련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2번 요구사항은 임상시험이 실시되는 병원의 시설이 임상시험에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3번 요구사항은 임상시험 계획서와 연구보고서를 상세하게 요약 및 제출하는 것이다. 4번 요구사항은 의약품의 이화학적 성격과 생물학적 이용도(Bioavailability) 데이터 등을 제출하는 것이다. 5번 요구사항은 임상연구가 적절하게 잘 관리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6번 요구사항은 임상시험을 검토한 IEC(독립적 윤리위원회)의 소재와 이름 그리고 IEC가 적절하게 구성되었다는 스테이트먼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7번 요구사항은 IEC의 결정 과정을 요약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8번 요구사항은 임상시험 참여 동의서를 받는 과정이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9번 요구사항은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제공한 보조금 또는 포상물에 대한 설명이다.

10번 요구사항은 스폰서가 임상시험을 어떻게 모니터했고 임상시험 계획서(프로토콜, Protocol)를 준수해 임상시험이 시행되었음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가 GCP와 프로토콜 준수에 대해 받은 교육을 설명하고 연구자가 GCP와 프로토콜을 준수하겠다는 약정서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연구자의 임상시험 약물에 대한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이런 요구사항은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정과 지침서를 지키면 모두 만족시킨다.

앞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임상시험의 핵심에는 연구자, 병원, IEC, 임상시험 참가자, 스폰서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연구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대부분 미국 일본 등 의료선진국에서 훈련과 경험을 쌓아 신약 임상시험에 익숙하다. 의약품 허가용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식약처의 사전 평가와 승인을 받는다. 모든 임상시험 병원에는 IRB(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IEC 역할을 하며 병원에서 일어나는 임상시험을 승인 평가 관리 감독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는 품질이 좋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이런 좋은 조건 때문에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 임상시험국가가 되었고,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많은 임상시험을 한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큰 책임은 스폰서(의뢰사)에 있다.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프로토콜을 작성하고 비용에 대한 책임은 시작일 뿐이다. 연구자와 임상시험 병원 선택도 스폰서의 책임이다. 환자의 임상시험 참여 자격조건을 정하고 규정과 지침서와 임상시험 계획서에 의해 임상시험이 진행됨을 모니터하는 것은 스폰서의 중대한 의무다. 시험약품의 유효기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공급이 원활하도록 하며 각종 시험이 정해진 시간에 시행되는지 관리 감독한다.

임상시험의 진행을 수시로 품질관리(Quality Control)하고, 데이터가 무결하게 수집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다국가 다기관 임상시험의 경우 선진국 대형 제약사들도 스스로 집행하지 못한다. 업무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다양한 전문 인력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 요구되는 전문지식과 경험과 인력을 갖추고 제약사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임상시험대행기관이 생긴다. 바로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다.

임상시험에서 요구되는 윤리성과 데이터의 무결에 대한 책임은 스폰서가 진다 해도 관련 업무는 CRO가 책임진다. CRO가 한국에서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면서 임상시험을 시행한다면 그 결과물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 유수의 국내 토종 CRO들은 선진국 CRO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국내 제약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추구하는 한국 제약업계와 정부당국은 토종 CRO에게 선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