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명의로 발급받은 카드를 사용하고 카드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카드사가 소송을 제기했다가 되려 허술한 카드 발급으로 인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에 거주하는 S씨(59세)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의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받아 약 1300여만 원을 사용하고 카드대금을 결제하지 않자 모 카드사가 지난 6월 명의자인 딸을 상대로 카드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카드사는 비록 아버지가 카드를 사용했으나 딸이 명의자로서 책임이 있고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딸의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의 임동호 변호사는 "카드사가 발급 당시 대면했다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의 지적 상태를 인지하고 카드 발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딸은 책임 없다"고 항변했다.

딸의 어머니는 S씨와 이혼해 별거 중이었다. 아버지와 살던 딸은 배고픔으로 이기지 못하여 어머니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해 현재는 어머니와 같이 지내고 있다. S씨는 이 과정에서 딸 명의의 카드를 사용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이영림 판사)는 지난 7월 1심 선고에서 "애초에 카드가 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발급됐고, 딸의 지적 상태를 고려하면 그 사용처가 딸과 무관한 점 등으로 인해 딸이 카드대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딸이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므로 관리 소홀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소송을 수행한 임동호 변호사는 "신용카드 회사가 학생이나 장애인을 불문하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도록 유도한 다음, 발급 경위나 절차적인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실제 사용하지도 않았던 카드 명의자에게 신용카드 대금을 청구하는 신용카드 회사의 형태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카드사는 이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해 재판은 지난달 8월에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