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과 한국 등 외국산 수입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국산 철강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물릴 수도 있는 결정이 미뤄지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한시름 놓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비중이 크지 않고 미국이 우리나라산 철강 전강종에 관세를 계속 부과해온 만큼 미국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세법 개정안을 의회에서 처리할 때까지 철강 관세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의제인 세제 전면 개편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같은 달 27일 조사를 개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조사 개시  270일 이내에 수입 철강 제품이 미국 경제‧안보에 위협을 주는지를 조사해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사결과 발표는 늦을 경우 내년 1월로 미뤄질 수 있다.  

일각에서 조사 발표 시기가 이번 달 말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상무부는  답변을 미뤄왔고 조사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토의가 진행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 데 이어 22일 CNBC인터뷰에서도 “(발표할) 적정한 시기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세제 개편은 3%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큰 단일 요인이자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협상을 거론하면서 “현재 우리에겐 철강 이외대도  많은 무역 쟁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로스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주가가 최대 6.1% 떨어졌고, 누코 아르셀로미탈, AK스틸 등 주요 미국 철강업체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철강업체 주가도 내렸다.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같은날 2.36% 하락하며 지난달 11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포스코 (–3.16%), 세아제강 (–7.8%), 현대제철 (–1.89%) 등 주요 철강업체 주가도 모두 내렸다. 

그럼에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치가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주가 하락은 무역규제 이슈 때문이라기 보다는 지난달 중국의 경제지표 둔화와 철광석 가격 인하로 인한 연말 중국 철강 수요 하락 우려가 더욱 크게 작용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박 연구원은 또 대미 수출 비중이 40~45% 수준인 세아제강을 제외하면 포스코 1%, 현대제철 4~5%에 불과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산 철강 전강종에 지속적으로 관세를 부과해왔다”면서 “추가로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