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했고 가격은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올해 초 스타트업을 경악에 빠트린 '여기어때' 해킹 사건 당시에도 범인들인 비트코인 6억원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는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으며 시장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트코인 하드포크, 이후 벌어진 알트코인의 행보와도 오버랩된다.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과도 연결돼  있다. 사기와 비전의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이 재미있는 실험에 나섰다. 오프라인 객장을 마련한 것. 이름은 코인원블록스다. 코인원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오프라인에서 가상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4D 체험장소'다.

▲ 코인원블록스 기자회견.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코인원블록스, 재미있는 곳이네

여의도 IFC몰 인근에 있는 코인원블록스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코인원의 모든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 동일하게 제공하는 공간이다. 여의도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고객들이 가상화폐 정보습득, 전문가 상담, 비트코인 ATM을 통한 거래 등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이용할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화폐 관련 궁금증을 해결하고 직접 체험해보고자 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왜 4D라는 표현을 썼을까. 같이 보고, 만지고, 소통하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4D관처럼 생생하고 실감나게 코인원의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의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핵심 매개체를 '실감 콘텐츠'로 설정한 셈이다.
  
코인원블록스에서 고객들은 대형 전광판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코인원에서 거래 가능한 총 6종의 가상화폐 시황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전문 지식을 갖춘 어드바이저(adviser)들과의 상담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 관련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다.  코인원블록스에 들어가면 왼쪽으로 상담 데스크가 마련되어 있고 중앙에는 넓은 광장, 오른쪽에는 계단식 의자들이 있다.

코인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 전문가가 상주하여 관련 기술 및 정책,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의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상담이 가능하며, 라운지와 회의실을 활용해 블록체인 관련 다양한 만남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황정보다. 주식시장에서 보던 장면이다.  뉴스에서 주식관련 뉴스가 나올 때 시황정보가 명멸하는 인서트 컷이 나오는데, 코인원블록스도 동일하다. 코인원은,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가상화폐 플랫폼이자 거래소이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객장을 구현했다는 뜻이다.
  
코인원 차명훈 대표는 최근 이코노믹리뷰에  “코인원블록스 오픈을 통해 고객중심의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건강한 가상화폐 문화와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는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금융을 창조하는 회사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코인원블록스를 늘릴 생각이기도 하다. 코인원은 이번 여의도점 오픈을 시작으로 향후 코인원블록스를 전략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며, 고객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딩 채널로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 코익원블록스 객장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왜 오프라인일까. 다방 케어센터가 생각난다

상식으로 생각하면 코인원의 이번 행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 심지어 손에 잡히지 않는 가상화폐를 다루면서 굳이 오프라인 객장을 추가로 만들어야 할까? 임대료는 밝혀지지 않았으나(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겠지만) 코인원블록스가 있는 곳은 임대료가 비싼 여의도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옐로모바일이 코인원이 속한 데일리금융그룹의 대주주가 되며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 코인원이라는 말이 있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곳으로 추정되는데, 그에 기반한 만용을 부리는 것일까?
  
차명훈 대표는 ‘신뢰’라는 단어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핫'한 아이템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그것도 본능적으로 보여준다. 코인원블록스가 4D라는 약간 시대와 동 떨어진, 그러나 전통적인 수식어를 사용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바로 '객장'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실감나게 자신들이 다루는 재화를 증명할테니, 더욱 안심하고 쓰라는 의미다. 당연히 여기에는 가상화폐 대중화를 위한 포석도 껄려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파괴, 그리고 코인원의 정체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는 업계에서는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이지만 굳이 온라인에 머물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화두다. 양 쪽 모두 관여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아마존을 보면 오프라인 신선식품 체인인 홀푸즈를 인수해 큰 화제가 됐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그런데 왜 오프라인 체인을 매수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파괴를 결정적인 배경으로 지목한다. 온라인에서 누린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고,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에 대입하는 진정한 통섭이다. 지금까지 O2O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며 플랫폼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에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질문이 나온다. “코인원블록스를 만든 이유가 신뢰를 주고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인가요, 아니면 오프라인에 더 집중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인가요?” 차명훈 대표는 “둘 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간 후자에 더 치우쳐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아이템을 대중에 알려주며 오프라인의 신뢰도를 추구하는 셈이다.

▲ 다방케어 센터.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부동산 O2O 스타트업인 '다방'의 다방 케어 센터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일까.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스테이션3는 지난 6월 부동산 맞춤 상담센터인 다방 케어센터를 개소했다. 방을 찾는 고민과 어려움을 플랫폼 사업자가 함께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실제적인 비즈니스 효과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것을 착안, 이 지점에 역량을 집중해 온라인 솔루션의 고도화를 꾀한다는 독특한 발상이다. 당연히 의미있는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케어센터의 정체성이다.

젊은세대가 밀집한 관악구에 첫 센터를 개소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왔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서비스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케어센터에 대한 일부 데이터도 나왔다. 5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케어센터를 찾은 사람은 278명이다. 남성이 54%, 여성이 46%며 연령대는 20대 54%, 30대 42%, 40대 4%로 확인됐다. 직업별로는 직장인이 62%, 학생 19%로 보이고 이용비율은 맞춤 매물 상담이 55%, 동행케어가 35%를 차지했다. 큰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왔으며, 20대는 물론 30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대목이 새롭다. 시간을 쪼개 집을 알아보려는 직장인이 많은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한유순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에만 있던 다방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면서 “허위매물을 근절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다방도 케어센터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신뢰확보, 그리고 이를 매개로 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내걸었다. 그런데 전자에 약간 가깝다고 말한셈이다. 코인원은 후자에 더 가깝다고 말했으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가상화폐 시장 논란에서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대한 소개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방이 더 솔직했던 셈이다.
  
앞으로 비슷한 실험을 거듭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O2O 기반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결국 돈이 나오는 곳은 오프라인이다. 여기에서 업의 본질에 충실해 오프라인 사업을 키우고, 이를 확장시키며 데이터도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의 O2O 업계에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문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돈. 온라인 스타트업 중 오프라인 공간을 선뜻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다른 문제는 방어적 자세. 오프라인 경험과의 밀착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 보다 당장의 시장 논란에 대응하려는 소극적인 스탠스가 눈에 들어온다. 시너지를 통한 확실한 로드맵 구축으로 나가야 하는데 녹록치않다.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했다면 방어전 기간을 최대한 짧게 가지고, 시너지라는 공격전 기간으로 돌입해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단기간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