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한지가 어우러져 존재의 내면에 스며있는 아름다운 심성을 한 꺼풀씩 만난다. 고요한 달빛서정의 작가 황인혜씨가 서른한 번째 개인전 ‘달빛 어린’을 9월29일부터 10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 혜화아트센터에서 갖는다.
먹을 비롯한 여러 재료들이 서로의 고유성을 발휘하며 어우러지도록 한지는 특유의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질감으로 물성을 포용한다. 그리하여 화면은 한줄기 바람이 달빛을 가르며 지나가듯 흔적이 배어나오고 고향마을 동구나무에 걸려 귀향의 향수를 달래주는 듯 두들 한 마티에르는 푸근함을 선사한다.
화면은 마치 바느질 조각보와 어머니의 버선코 부드러운 곡선 등을 연상시킨다. 그런가하면 직선과 함께 자유로움을 발휘하도록 배려한 기하학적인 어울림구성은 평온한 마음의 자리를 확장해 준다.
황인혜(ARTIST HWANG INHEH, 黃仁惠)작가는 경북여자고등학교 35회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25여점을 선보이는 이번전시를 통해 도자기의 분청사기 기법이 떠올려지듯 물감이 위에서 슬쩍 덮어줌으로써 먼저 것이 은은하게 드러나도록 한 우리시대 관용의 회화세계를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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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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