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산축소와 연내 금리인하를 결정직 후 “ETF(상장지수펀드)투자자들은 앞으로 크게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 21일 미국의 리얼비전과 인터뷰를 통해 “증시하락을 표현하는 곰시장이 성큼 다가왔다”며 “앞으로 증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마켓워치가 22일 보도했다.

로저스 회장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뉴욕 증시를 ‘비정상 상태’라고 지적하고 위험경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6월12일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일부주식이 이미 거품상태에 진입했고 올해말 혹은 내년 증시거품이 붕괴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로저스 회장은 당시 “이번에 뉴욕 증시가 붕괴할 경우 그 규모가 내 평생 본 것 중 가장 클 것”이라며 “당신과 나의 인생에서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당시 로저스 회장은 이같은 근거에 대해 “150년 역사의 리먼브라더스가 지난 2008년 하루 아침에 문닫게 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듯 아무도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증시 붕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이 후 3개월여만에 그는 TV인터뷰에 등장해 “앞으로 증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특히 ETF투자자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왜 ETF를 지목했을까 

로저스의 ‘ETF투자 좌절론’은 증시 급등락에 대한 은유적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상장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인덱스펀드를 지수화해 상장시킨 일종의 투자종목인 ETF는 그동안 안정적인 주식형 투자펀드로 각광을 받았다”며 “단 ETF투자는 추세가 우상향인 시장에서 장기투자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은 것일 뿐, 급등락장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즉 로저스가 ETF투자자들은 빨리 투자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한 것은 주식시장이 붕괴직전 급등락을 나타낼 것이라는 복선을 깔고 있는 셈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TF란 원칙적으로 모든 자산을 주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개별주식 투자에 비해 손실규모는 줄일 수 있다”며 “반면 시장가격변동에 따른 가격하락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개별주식 하락폭에 비해서 적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장세가 하락세이면 ETF역시 하락한다고 봐야 한다. ETF가 지수나 바스켓에 담긴 주식의 가격을 추종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로저스가 추천한 ETF 대안 투자는

그는 ETF투자 대안으로 ‘농업과 러시아주식투자’를 꼽았다. 최근 급부상 중인 헬스케어나 이차전지관련 희토류 원자재 펀드보다 로저스의 시선은 농업과 러시아주식 등 다른 곳에 있었다.

가까운 미래 먹거리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관련 펀드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만약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오히려 미국과 중국 영향권 밖에 있는 러시아 경제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로저스는 또 “최근 싱가포르 투자가들은 금을 사모으기 시작했다”며 “금이야 말로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고가로 (very, very, very overpriced)평가받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 의견은...“ETF 탈출 신중해야”

지난 21일 로저스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당장 ETF매도 시점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펀드평가업체 펀드스퀘어가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달동안 헬스케어종목으로 구성된 국내 8개 ETF의 평균수익률은 7.7%에 달했다. 한 달 수익률로는 최상위권이다. 8개 ETF 가운데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증권 ETF(주식)는 최근 한 달 동안 12.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상장된 주식형 ETF 최근 한 달 수익률이 2.80%인것을 감안하면 4배를 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론상 ETF투자 환매 시점을 굳이 꼽자면 시장이 우하향으로 급변하는 길목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자산축소는 이제 곧 시작되지만 규모면에서 당장 큰 충격이 예상되지 않는데다 올 연말에나 미 금리인상이 가시화될 것인만큼 당장 부화뇌동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저스 회장의 예측은 투자에 참고할 가치가 있는 만큼 ETF 투자자라면 바스켓에 담긴 상장 종목들의 실적과 기업 변동사항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