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에도 부산과 대구 등의 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시장이 과열세를 보이고 있다. ·
부산의 한 분양 아파트에는 단일 아파트 청약자 수로 2000년 이후 최다 청약자를 기록했고, 대구 북구의 분양 아파트는 최고 경쟁률이 518대 1에 이르렀다.
지난 2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일성건설이 대구 북구 고성 광명아파트를 재건축해 선보이는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 숲'의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고, 같은 날 강서구 명지지구에서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퍼스트월드’ 1순위 청약에 22만9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이 두 지역은 청약조정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돼 1순위 청약자격제한이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각각 지정됐지만,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 숲'은 광명아파트를 포함한 고성동3가 일대 2만8천26㎡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이라 규제에서 벗어났다.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 숲'의 1순위 청약 결과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 분양 230가구 모집에 4만4366명이 청약해 평균 205.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84㎡A는 33가구 모집에 1만7107명이 몰려 518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59㎡ 115.54대 1, 74㎡ 56.1대 1, 75㎡ 169.88대 1, 84㎡B 171.12대 1, 115㎡ 200.36대 1 등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규제를 피한 지역의 아파트가 열띤 분양 열기를 이어갔다. 강서구 명지지구 ‘더샵 퍼스트월드’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총 164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부산·기타 지역 합산 총 22만9734명이 신청해 평균 13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 지역 1순위 청약만 21만9233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단일 아파트로 청약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06년 경기 판교 풍성 신미주 아파트(23만1194/1040가구 모집)에 이은 역대 둘째에 해당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1위 기록이다.
단지의 평균분양가가 3.3㎡당 929만원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도 한 몫 했다. 같은 명지신도시에서 지난해 8월 분양한 '명지 e편한세상'은 3.3㎡당 분양가는 평균 1050만원이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이 단지의 경우 3.3㎡당 최대 1100만원까지 점쳤는데 그에 비해 낮은 분양가에 책정돼 실수요자도 많이 청약에 응했다”고 전했다.
단지가 들어오는 부산 강서구는 청약조정지역인 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부산진구와 기장군 등과는 달리 규제가 거의 없다. 이들 청약조정지역에서는 11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지난 20일부터 조정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는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 납입 횟수 24회 등 청약 조건이 강화됐다.
그러나 이들 비청약조정지역에서는 통장 개설 후 6개월 이상에 6회 납입이면 1순위 자격이 나온다. 이를 두고 내달 강화되는 전매권 제한 등을 앞두고 단기 투자가 대거 가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조정지역의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일로 과열되는 양상으로 강서구나 서구 등 비조정 지역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8000만~1억원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정부가 이들 지역을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할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들 지역은 그간 공급이 부족했고 중대형 평형 수요가 높은 것에서 볼 수 있듯 실수요자가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