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철강 세이프가드' 이후 처음…태양광전지 운명 트럼프 손에미국 정부가 한국산 등 수입 태양전지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정해 국내 태양광 전지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업계는 이에 따라 25일 간담회를 갖고 대응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일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이런 판정을 내린 만큼 국내 산업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가 있다”면서 “이미 우라 정부와 업계는 의견서를 미국에 제출했지만,미국 산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 업계의 피해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태양광업계는  지난달 15일  ITC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산 태양광전지는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화큐셀과 LG전자, 현대그린에너지 등 한국기업은 지난해 미국에 12억달러(한화 약 1조3600억원) 상당의 태양광전지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의견서에서 "발전(utility) 분야를 제외할 경우 수입의 급격한 증가가 없었고 미국 태양광산업에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한국태양광산업협회와 한화큐셀은 수입 태양광전지로 미국 업체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한국산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 ITC, "한국산 태양전지 탓에 미국 업계 피해" 판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2일 솔라월드어메리컨스와 서니바가 경영부실이 아니라 중국과 멕시코, 한국산의 급격한 수입 증가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정했다. 지난 4월 ITC에 소송을 제기한 조지아주의 패널 제조업체 서니바는 솔라셀 1 와트당 40센트의 관세를 매기고 패널 1와트당 최저 판매가를 78센트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판매가는 전세계에서 와트당 약 32달러 수준인데 값을 두 배 이상으로 올리라는 주장이다.

ITC는 다음조치로 다음 달 3일 2차 공청회를 열어 관련 업계와 정부 의견을 들은 뒤 무역법 201조에 따라 11월 1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적용 등 권고안을 제출한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품목의 수입 급증으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봤을 때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수입량을 제한하는 조치다. 미국에서 지난 15년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통상 미국에서는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관리청(ITA)과 ITC가 번갈아 덤핑과 산업피해를 조사·판정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상무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입규제를 한다.무역법 201조는 ITC 판정만 거치면 대통령이 직접 세이프가드 적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ITC의 권고를 받은 후 국익을 따져 해당 품목의 관세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을 결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12일까지 관세부과 시 규모와 범위, 기간 등을 결정해야 한다.

미국 태양광 산업계도 강하게 반발

태양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미국 내에서도 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미국 상·하원 의원 69명은 지난 8월11일 ITC에 보낸 서한에서 세이프가드가 미국 태양광산업 종사자와 기업들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로 "태양광 산업의 성장이 위축되거나 멈추면서 미국 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관세를 부과하면 내년 태양광 일자리 8만8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도 ITC에 보낸 서한에서 세이프가드가 미국 업체들의 비용을 높이는 등 "태양광 산업 전체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 관세부과시 태양전지 패널과 모듈값이 올라 태양광 산업 자체가 파멸을 맡이 하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태양광발전단지 건설비의 약 40% 차지한다.

태양광 발전단지 개발업체인 사이프레스 크릭 리뉴어블스의 매슈 맥거번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에 “수입관세 탓에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 “관세는 매우 문화시키는 충격을 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두고 있고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생산공장을 둔 패널 제조업체 선파워코프이 톰 베르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백악관으로 가서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관세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