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5378명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이라고 보고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노동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출처: SPC그룹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제빵기사(이하 제빵사)들이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파리바게뜨 본사가 사실상 직접 업무를 지시한 실질적인 사용사업주인 만큼, 제빵기사들을 직접 채용할 의무가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당장 제빵사 5378명을 고용해야 할 처지에 놓은 파리바게뜨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본사 직원(5000여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하는 비용부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고용부의 판단에 제빵사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좀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본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사 초봉은 27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협력업체가 경쟁사라 초봉 수준은 업계가 거의 비슷할 것”이라면서  “대부분 정규직으로 운영된다”라고 설명했다.

SPC 협력업체는 K사 등 11개사로 이들은 제빵사를 양성해 SPC 가맹점에 파견해왔다. 한 관계자는 “파견 제빵사들은  빵을 만들기 위해 일찍 출근해 준비하기도 하고 남아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가맹점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해 대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SPC그룹 소속으로 파리바게뜨 직영 매장에서 근무하는 제빵사들은 초봉이 3300만원 선이다. 사실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사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이들은 600만원 정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제빵사는 “협력업체 소속보다 본사 소속으로 일하면, 월급도 올라가고 본사의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라면서  “현실적으로 이 많은 제빵사를 본사가 정직원으로 수용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B 협력업체 관계자는 “노동부의 이번 판단은 현재 우리 협력업체의 정규직을 다른 회사로 정규직으로 합병하라는 것”이라면서 “문을 닫으라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만약 SPC그룹이 제빵사를 본사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면 ‘인건비 폭탄’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리바게뜨 직영점 수는 53개로, 여기서 일하는 제빵사는 269명에 불과하다. 정부 명령에 따를 경우, 파리바게뜨는 현재인원 269명과 비교해 무려 20배가 넘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이 연간 600억원의 인건비(간접비용 포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파리바게뜨 영업이익인 655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고용부의 이번 조치는 ‘노동법적 시각’에만 맞춰진 판단으로 당혹스럽다”면서 “아직 정식 공문을 받지 않아 정확한 답변은 어렵지만, 본사 직원보다 많은 제빵기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프랜차이즈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민간기업의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려고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고용부의 결정대로라면 이제는 가맹점주들이 기본 운영도 가맹 본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프랜차이즈 사업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본사 정규직 직원이 5200여명인데 이번에 직접 고용지시는 5378명으로 정규직 보다 많은 직원”라면서 “버틸 수 있는 기업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에 따르면 본사가 직접 고용해 다시 가맹점주에게 내려 보내도 이 역시 파견이기 때문에 불법이며, 결국 가맹점주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파견업체 폐업 등 다양한 문제를 내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주면 고용노동부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판단에 따른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제방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하는 토론회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가맹점주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그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