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태평양 상의 수소탄 실험’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한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할 경우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중국은 관련 국가들이 자제할 것을 촉구했으나 국내에선 북한이 단기간 내에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틸러슨 美국무" 北 수소탄 시험 시 군사  대응"시사

틸러슨 국무장관은 22일 오전(미국 현지시각)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탄을 터뜨리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군사 대응책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여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언급한 데 대해 21일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조치가 되겠는지는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서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영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방송에서 “위협의 성격을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RFA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조언을 듣기는 하겠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역시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거론한 데 대해 틸러슨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안전에 관해 최우선적인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이를 진지하게 여기면서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협상장에 나와 북한과 북한 주민의 미래에 대해 대화할 것을 전 세계가 요구하고 있다”면서 “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김정은 위원장은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뉴욕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수전 손튼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도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탄 실험을 한다면 ‘전례없는 도발 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가공할 도발은 국제사회의 일치되고 결연한 대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튼 차관보 대행은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중국은 관련 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의 루캉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측의 이른바 ‘태평양 상의 수소탄 실험’ 위협에 대해 "관련 국가들은 자제하고 긴장 정세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상호 자극하거나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硏 정성장, "北 단기간 내 도발 가능성 높다"

외교 안보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3일 논평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트럼프 대통령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에 북한이 시간을 끌지 않고 단기간 내에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출처=세종연구소

정 실장은 “북한의 도발은 이르면 당장 이번 주말에,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도발의 형태는 리용호 외무상이 언급한 ‘태평양 상에서의 수소탄 실험’이나 태평양을 향한 연속 ICBM(화성-14형) 시험발사 또는 괌도에 대한 포위사격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 같은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함으로써 미 행정부가 이에 다시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화되고 이에 북한이 다시 전례 없는 초고강도 도발로 대응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정 실장은 평가했다.

정 실장은 “북미 대립이 계속 격화되는 것은 한국이 북한에 대적할 능력이 없어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만을 상대하려고 하는 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면서 “따라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남북한 핵균형을 이루기 위해 독자적 핵무장 결단을 내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한국정부가 지금처럼 계속 비현실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신기루를 좇는 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인 미국과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 간의 대립으로 비핵국가인 한국이 원하는 않는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