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총 4회, 즉 1%포인트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미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올라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여력을 감소시켜 내수까지 부진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묘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로 동결하고 내달부터 자산축소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산축소 프로그램은 연준이 현재 보유중인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10월부터 100억달러를 시작으로 매분기 100억달러씩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 경로를 유지하면 내년 10월에는 최대 축소 한도인 500억달러에 도달하게 된다.

아울러 연준은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연내 총 세 차례 인상 전망은 그대로 유지해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점도표를 통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125%(평균치)까지 인상안을 제시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12월 1회, 내년 3회로 총 4회의 금리인상을 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연준의 기준금리 상단과 같다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을 경우 자금유출은 물론 그 여파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무리다. 이 경우 국내 시장금리 또한 동반상승하게 돼 가계부채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연준이 내년까지 1%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하고 이에 한은도 기준금리를 최소 1%포인트 인상한다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건전성 및 소비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71.6%이며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은행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보고서는 국내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대출금리가 최대 3%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재무건전성 및 부채상환여력을 점검했다.

기준금리 및 대출금리 상승폭의 관계는 지난 2016년 6월 한국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저점에서 2016년 12월 미국 정책금리 인상 후 2017년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미 정책금리 인상폭(0.25%포인트)의 2배 가까이 상승(0.43%포인트),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4배 가까이 상승(0.94%포인트)했다는 점을 기초로 했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동일하게 1%포인트 상승하면 금융 부채 보유가구의 가구당 이자비용은 연간 308만원에서 364만원으로 증가하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38.7%에서 40.4%로 늘어난다.  또 시장금리가 3%포인트까지 오를 경우 가구당 이자비용은 476만원으로 증가하고 DSR은 43.9%로 확대된다.

기준 시점의 연간 이자비용 308만원은 지난해 부채가구당 평균 부채규모를 5600만원으로 가정하고 국내 금융권 평균이자율을 5.5%로 산정해 도출했다. 이를 기준으로할 때 국내 은행 이자가 1%포인트 오를경우 연 364만원, 3%포인트 상승할 땐 46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시중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5.5%에서 8.5%로 상승할 경우, 2억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가구의 경우 월 이자부담액은 약 91만7000원에서 141만7000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매월 기존 원리금부담액에 50만원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만약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경우 국내 기준금리 인상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자비용 상승으로 원리금상환부담이 증가하면 가처분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부채보유가구의 채무상환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취약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3%포인트 각각 상승할 경우 한계가구(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지못하는 가구)의 가구당 이자비용은 연간 803만원에서 913만원, 1135만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은행이자율이 3%포인트만 올라도 최대 41%(803만원→1135만원)의 이자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금리인상으로인한 피해는 더욱 막심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취약계층의 경우 연간 갚아야할 부채 원리금대비 총 소득비율인 DSR(총부채상환비율)은 127.3%에 달했는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DSR이 130.6%,  3%포인트시 134.0%로 각각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 한계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8%에서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시 16.8%, 3%포인트시 19.5%(3%포인트)로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늘어 날 수록 원리금 연체 및 실물자산 처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물자산을 통한 부채축소(디레버리징)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면 부동산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무상환부담 증가는 가계지출 감소를 야기하며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면 소비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실제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도 문제지만 한은걱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제지표가 좋다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제가 좋을 때 우리나라의 수출도 좋았는데 수출호조가 내수로 확대된다는 함수관계가 성립할 때 얘기일 뿐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은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기준금리를 미리 올린다면 사전 대응이 될 수 있겠지만 최근 내수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