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정설로 자리 잡은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이 뒤집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최근 “김대수 교수(KAIST) 연구팀(제1저자 김정진 연구원, KIST)이 뇌 운동을 조절하는 기저핵 신호물질이 타겟신경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흥분’시킴으로써 파킨슨병의 운동 이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서 도파민 신경이 괴사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증, 근육긴장, 서행, 도보이상 등 다양한 운동장애를 겪게 되며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다. 파킨슨병에서 운동신호인 도파민이 없어지면  기저핵은 억제성 신호물질인 가바(GABA)를 더욱 많이 분비한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에는 1980년대 드롱(Delong) 박사 연구팀이 제시한 ‘운동신호 억제이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분비되는 기저핵 억제성 신호물질이 뇌의 운동신경을 ‘억제’함으로써 운동기능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 기저핵 억제성 입력이 파킨슨 증상을 나타내는 모식도. (위) 정상적인 억제성 입력은 시상핵 반발성 흥분을 유도하니 않으며 운동질환도 만들지 않음. (가운데) 파킨슨병에서는 억제성 입력이 증가하면서 (빨강) 반발성 흥분을 만들어 내고 떨림, 긴장, 보행이상 등 파킨슨병 증상을 일으킴. (아래) 광유전학 기법으로 반발성 흥분을 억제하면 (녹색) 파킨슨 병 증상을 회복시킬 수 있음.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 단백질을 신경에 발현시킨 후 빛을 조사해 신경의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법으로 생쥐 뇌의 기저핵 신경을 빛으로 자극해서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했다. 기저핵의 억제성 신호를 받은 시상핵 신경들이 일시적으로 억제신호에 순응하여 억제되는 듯 했으나 이후 ‘반발성 흥분’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반발성 흥분은 신경이 억제가 되면 막전위가 감소하는데, 감소한 막전위를 되돌리기 위해 신경을 흥분시키는 것을 말한다.

▲ 시상핵의 반발성 흥분을 억제하기 위한 광유전학 기술 모식도. 광유전학적 기법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파킨슨 병 생쥐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함.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또 ‘반발성 흥분’을 억제했을 때 다양한 파킨슨 증상을 보이던 파킨슨병 생쥐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저핵의 작용에 의해 시상핵 신경이 ‘억제’되는 것이 아닌 ‘흥분’함으로써 운동질환을 유도된 것이다. ‘반발성 흥분’을 약물이나 빛으로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 증상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연구팀은 “지난 30년 간 과학자들은 억제성 신호에 의한 신경의 억제를 연구해 왔다. 이번 연구 결과 억제가 아닌 반발성 흥분이 운동신호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그동안 교과서에 기술된 파킨슨 병에 대한 설명을 수정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이번 논문에서 밝혀진 시상핵의 반발성 흥분을 영구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환자에게서 적용 가능한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한다”면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영장류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반발성 흥분을 조절함으로써 파킨슨병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기작이 규명됐다”면서 “향후 도파민 세포가 이미 사라져 회복이 어려운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뉴런(Neuron) 8월 30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