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로지텍 G703 편

#케이블이라는 훼방꾼 아무래도 날 싫어하는 듯하다. 전자제품마다 붙어있는 케이블 말이다. 가방에 들어가면 영락없이 꼬인다. 잔뜩 뒤엉켜 선을 원상복구할 땐 미로를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시간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게임할 때도 (마우스) 케이블은 훼방꾼 노릇을 한다. 바닥에 스치고 이리저리 걸리면서 기어코 미세한 컨트롤 실수를 만들어낸다. 날뛰는 강아지 목줄로 통제하듯 마우스 번지대라도 사용해야 하나. 배배 꼬인 네가 싫다.

#글로 배운 무선 게이밍 “무선 마우스 쓰면 되잖아.” 아는 동생이 그러더라. 나도 안다. 무선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사무용 마우스는 무선을 사용한다. 무선 게이밍 마우스는 못 믿겠다. 믿을 녀석들이 아니란 걸 글로 배웠다.

이런 내용이다. “게임할 때 무선 마우스 쓰지 마세요! 주파수 간섭으로 게임하다가 연결이 툭툭 끊겨요. 꼭 중요한 순간에 배터리가 방전되고요. 또 배터리 때문에 제품이 무거워서 컨트롤이 둔해집니다. 게임할 땐 유선 마우스 사용하세요.”

▲ 사진=노연주 기자

#생애 첫 무선 게이밍 마우스 포털 검색 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사람 관심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도 적용 가능한 얘기다. 언제부턴가 ‘무선 게이밍 마우스’란 키워드가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레이저, 매드캐츠, 로지텍, 스틸시리즈 무선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더럽게 비싸네.’ 슬픈 지갑 사정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데 유·무선 겸용 마우스 하나에 이끌렸다. 로지텍 G703이다.

분명 싸진 않다. 10만원 턱걸이다. 게다가 완전 신상이다. 20만원 넘는 제품까지 봐온 까닭인지 적정 가격으로 느껴지더라. 일단 믿고 써보는 로지텍 아닌가. 스펙 조금 훑다가 결정했다. 내 생애 첫 무선 게이밍 마우스, 너로 정했다.

▲ 사진=노연주 기자

#밋밋하지만 멋져 G703 영접 시간이다. 첫인상은 ‘고오급’ 마우스 치곤 심플하다. 무난하다 해야 하나. 평범한 6버튼 RGB 라이트 구성이다. 다른 게이밍 마우스처럼 과도하게 멋부려 멋없는 느낌이 아니다. 밋밋하지만 멋지다. 생각해보니 G403과 똑 닮았다.

겉모습을 감상하다 무작정 쥐어본다. 그립감이 생긴대로다. 큼직해서 부담이 있긴 하지만 역시 무난하다. 손이 큰 사람한테 더 어울릴 듯하다. 배터리 탓인지 묵직하긴 하다. 패드 위에서 휘휘 저어보니 걸리는 선이 없어 개운하더라. 그 놈의 케이블과는 진짜 작별이구나.

#또 하나의 오버 스펙 스펙을 보면 캐릭터가 확실히 파악된다. 겸손한 실력자. 겉은 무난한데 로지텍 최고 존엄 최상위 게이밍 마우스 G903에 준하는 스펙을 자랑한다. 마우스 핵심 부품인 센서가 동일하다. 픽스아트 PMW3366 게이밍 센서를 탑재했다.

마우스 감도를 최대 1만2000DPI까지 설정 가능하다. 넉넉하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오버 스펙임이 분명하다. 난 1600DPI여도 족하다. 센서를 표면에 맞게 튜닝할 수도 있다. 알루미늄, 천, 원목 등 갖가지 표면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 사진=노연주 기자

#32시간이 부족해 G403과는 달리 10g짜리 무게추 옵션이 추가됐다. 그립감만큼이나 무게감이 중요하지 않나. 애석하게도 내 G703이 무게추를 장착할 일을 없을 듯하다. 기본이 107.6g으로 제법 묵직한 편이니. 케이블이 없어 그런지 체감무게가 더 가볍긴 하다.

배터리는 최대 32시간을 버틴다. 조명을 켜면 24시간이 최대다. 건전지를 사용하는 일반 무선 마우스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지만 유·무선 겸용이니 급히 편의점 뛰어갈 일은 없겠다. 완전 충전까진 1시간30분이 걸린다. 표시등이나 전용 소프트웨어로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니 미리 대비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얘길 안 할 수 없다. 로지텍 제품답게 프로그램 퀄리티도 상당하다. 알찬 구성이다. 버튼이나 조명 설정은 물론 배터리나 버튼 사용 데이터 등을 분석할 수도 있다. 표면 최적화 튜닝이나 스무딩 옵션은 e스포츠 선수들까지 만족시킬 요소다.

▲ 사진=노연주 기자

#무선 연결의 디테일 G703 최대 강점은 따로 있다. 무선 연결 안정성을 향상했다는 점이다. 무선 게이밍 기어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집중했단 얘기다. G903과 마찬가지로 ‘라이트 스피드’와 ‘주파수 변경 매커니즘’ 같은 기술을 집약했다.

라이트 스피드 기술 덕에 무선 신호 강도가 일반 제품 대비 최대 16배 높다. 또 주파수 변경 매커니즘을 통해 자동으로 주파수 간섭을 우회한다. 파워플레이 무선 충전 시스템도 적용된다. 전용 마우스패드로 무선 충전하는 기술이다. 충전에 신경쓸 필요 없이 온전히 무선 게이밍에 집중할 수 있겠다.

#숨은 고수의 미션 G900이 G903으로 진화했다면, G403은 G703이 된 셈이다. G903이 겉모습부터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라면 G703은 평범해보이지만 내공이 어마어마한 숨은 고수다. 두 마우스엔 같은 미션이 주어졌다. 게이밍의 최전선에서 로지텍 게이밍 기어 명성을 지켜내야 한다.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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