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5378명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이라고 보고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불법파견에 관한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 SPC그룹

"누굴 위한 결정인가?"

고용노동부가 21일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내고, 전국 3396개 가맹점에서 일하는 5378명의 제빵기사를 파리바게뜨 본사 SPC그룹이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리자 도처에서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부는  제빵 기사에게 지급되지 않은 연장수당 등 총 110억1700만 원을 즉시 지급하라고도 지시해 SPC와 협력업체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불법파견에 관한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같은 노동부의 판단에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협력업체 측은 "당장 일에서 손을 떼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가맹점주들은 "내 돈 투자해서 하는 사업에, 제빵 기사를 본사 소속으로 하면 업무지시는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특히 "본사 방침대로 월급을 줘야 한다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당장 5000여 명의 제빵기사를 고용해야 하는 SPC그룹은 22일 이번 결정에 대해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식에서 벗어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SPC는 본사 직원 규모에 해당하는 제빵 기사를 당장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PC가 시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약 530억원(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태료만 낸다고 해서 마무리될 문제가 아니어서  법적 공방은 불가피해보인다. 프랜차이즈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산업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을'이라는 가맹점주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법조계도  정부의 결론에 대해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홍성 변호사는 이코노믹리뷰에 "협력사와 도급관계가 전혀 없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품질관리를 위해 업무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이라면서 "이를 불법파견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행 파견법의 법리를 넘어서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출처: 고용노동부

전국 제과점 문 닫으라고? 자영업자 몰살?

이번 노동부의 결정에 대해 산업 전반을 고려하지 못한 무리한 조치라는 비난이 거세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과 단순한 기업 때리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용부의 파리바게뜨 관련 결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본사 정규직 직원이 5200여명인데 이번에 직접 고용지시는 5378명으로 정규직 보다 많은 직원이다. 버틸 수 있는 기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본사가 직접 고용해 다시 가맹점주에게 내려 보내도 이 역시 파견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결국 가맹점주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파견업체 폐업 등 다양한 문제를 내제하고 있어, 전국 제과점이 문을 닫아야 하는 형국이라며, 장기적 시각에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고용노동부가 자영업자를 몰살시키기로 작정을 했다"면서 이번 노동부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실제 노동부의 지시대로 본사가 직접 고용하면 협력업체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업계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제빵기사를 관리하는 정홍 국제산업 대표는 "10년 넘게 운영했던 회사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면서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하고,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노동부의 시정 지시로 제빵업계는 물론 파리바게뜨와 유사하게 협력업체 직원을 연결해주는 업체들까지 파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산업 전체를 고려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맹점주들도 이번 고용부의 결정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만약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직접 고용을 하게 된다면, 기존 직영점 매장의 제빵기사 기준에 맞춰 월급이 측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빵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매장에서 제빵기사와 일을 하는 것은 가맹점주인데, 업무 지시를 할 때 본사 소속 직원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문과 우려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김 모씨는 "내 돈을 투자해 사업을 하는 내 소유의 매장인데, 업무 지시를 할 때 왜 본사를 통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직원 임금 인상에 빵값까지 오른다면, 향후 어떻게 매장을 꾸려나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직접 고용, 가능성 있나?

법조계도 노동부의 결정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홍성 변호사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품질관리를 위해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을 가지고 불법파견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행 파견법의 법리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파견과 도급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을 19, 20대 국회에 모두 제출했지만 노동계 반대에 막혀 방치해두고 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고용부의 결정대로라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점포 상황에 따른 빵 생산량을 조절하는 기본 운영도 가맹 본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프랜차이즈 사업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맹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본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제빵 기사들의 인건비를 가맹점주들에게 요구할 것"이라면서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매장 운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비싸진 빵값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고, 매장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사 전체 인원과 비슷한 수준인 5000여명의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게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라, 기업을 죽이겠다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회사는 과태료만 낸다고 해서 마무리가 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본사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제빵기사를 한꺼번에 고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더군다나 25일 안에 이를 이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아직 정식 공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직고용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