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긴 연휴, 평소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독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경제경영·에세이·역사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 추천한다.

 

“잠시 멈추라 그리고 담대히 뛰어들라”

<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현기증 나는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책. 저자는 오늘날의 세계는 3가지 힘에 이끌려 폭발적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컴퓨팅 기술 발달 ▲세계화 ▲자연 환경이다. 현재를 ‘가속의 시대(Age of Acceleration)’라고 명명하면서 우리의 일터, 정치, 지정학, 윤리, 공동체의 급변하는 상황을 살핀다.

저자는 “마치 급류에서 계속 노를 저으며 물결을 타는 것처럼, 변화를 관리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 원리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 변화만큼 빠른 속도로 노를 젓는 ‘역동적 안정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모든 일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와 기업, 한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 전부에게 해당되는 주문이다. 이제 우리는 가속의 시대에 걸맞은 일터와 정치, 지정학, 윤리, 공동체를 상상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퓰리처상을 3차례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이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코드 그린: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등 국제질서와 외교관계, 세계화 문제에 관해 통찰력 있는 명저를 펴내기도 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받는 훈련법”

<기업의 입>, 정용민 지음, ER북스 펴냄

한국의 언론 환경은 더 이상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분리되지 않는다. 기업과 조직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즉 ‘기업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Spokesperson)에게는 더 이상 개인적인 생각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자의건 타의건 그들의 모든 말은 보도와 공유를 전제로 하는, ‘벌거벗은’ 환경이 된 것이다.

이를 대비해 대변인이 받는 훈련을 미디어 트레이닝이라고 부르는데, 그 세부 방식은 크게 언론 커뮤니케이션 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s and Don’ts)’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스킬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 실습 트레이닝으로 나뉜다. 대변인이 언론의 취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로서 그 첫 번째는 사실관계 확인, 두 번째는 기자의 취재 방향과 관련 질문에 대한 정확한 예상, 세 번째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준비, 네 번째는 누가 취재에 응대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사람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대변인이 철저히 훈련되도록 풍부한 현장 사례를 곁들이며 체계적인 대처법의 정수를 골라 모았다.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섀클턴 리더십이 필요하다”

<어니스트 섀클턴 극한상황 리더십> 데니스 N.T. 퍼킨스·마거릿 P. 홀츠먼·질리언 B. 머피 지음, 최종옥·홍성화 옮김, 뜨인돌 펴냄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1874.2.15.~1922.1.5.)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탐험가다. 아일랜드 출신인 섀클턴은 어린 시절 소설 <해저 2만리>를 읽으며 바다 건너 탐험을 꿈꿨다. 16세에 휴튼타워호의 선원으로 취직했고 24세가 되던 1898년 4월 선장이 되었다. 그는 총 4차례 남극탐험에 나섰으며 세 번째 남극탐험으로 ‘위대한 탐험가’로 불리게 된다. 1914년 8월, 섀클턴과 27명의 남극탐험대원들은 남극의 웨들해에서 부빙에 포위당했다. 그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와 얼음 위에 기지를 세웠고, 강풍과 영하 55도의 추위를 견디다가 엘리펀트 섬으로 피신했다.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섀클턴은 대원 5명만 데리고 사우스조지아섬으로 갔는데, 남극해를 건너고 2박 3일간 험준한 절벽을 달리는 등 혹독한 과정을 견뎌내어 결국 4개월 후 동료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지옥 같은 극한 상황 속에서 섀클턴은 아낌없이 희생하고 솔선수범했으며 단호하면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 미래를 낙관하는 리더를 보며 대원들은 용기를 얻어 서로를 격려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섀클턴의 실패한 탐험을 집중 조명하면서 극한상황 속 리더십을 분석한다.

 

 

“‘큰 정부’ 대신 ‘똑똑한 정부’가 필요한 까닭”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누 파르타넨 지음, 노태복 옮김, 원더박스 펴냄

핀란드 출신 미국 저널리스트가 미국 생활을 겪으면서 북유럽을 객관적으로 조명했다. 세계가 선망하는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에는 정치·경제·교육·사회문화 등 전 부문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 있는데, 이는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이다.

노르딕 이론의 핵심은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르딕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최소 9개월 이상의 유급 출산휴가와 아빠 전용 출산휴가, 저렴하면서도 양질인 탁아 서비스, 기회와 평등을 보장하는 수준 높은 공교육,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 방식, 무상 대학교육, 18세 이상의 독립을 지원하는 생활 보조금, 국영 의료 서비스와 전 국민 의료보험, 노인이 존엄을 지키며 늙어갈 수 있는 다양한 의료 및 생활 지원 혜택에는 노르딕 이론이 담겨 있다.

노르딕 성공의 비결은 큰 정부가 아니라 ‘똑똑한 정부’다. 노르딕 시민들은 그러한 정부를 만드는 데 적극 관여했다. 미래가 먼저 일어난 노르딕 나라들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가들은 편견 없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를 기록할 때 습관적으로 펜을 찾게 되는 이유”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어크로스 펴냄

디지털 라이프가 영구적인 현실이 된 지금, 새로운 얼굴의 아날로그가 유행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기업의 혁신가들과 젊은 세대는 편리하고 친숙한 디지털 기술 대신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아날로그는 만져지는 물건과 감각적인 경험이 점점 사라져가는 영역에서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 이러한 즐거움을 기억하거나 이 경험을 스마트폰과 모니터 화면으로만 접했던 이들에게는 값을 매기기 힘든 짜릿한 경험이다.

아날로그의 또 다른 장점은 이윤인데, 승자독식과 소득 격차라는 문제를 야기한 디지털 경제와 달리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경제 모델은 기업들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다. 또한 아날로그는 때때로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솔루션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로봇과 인공지능, 데이터 알고리즘 등 디지털의 혜택과 도구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무엇을 실행하고 어떤 사업을 시작하고, 어디에 기회가 있고, 틈새시장의 현실과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칼럼니스트이며 비즈니스, 문화 트렌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2)>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서울편이다. 저자는 서울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세계 굴지의 고도(古都) 중 하나”이며 “한성백제 500년은 별도로 친다 해도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도시이면서 근현대 100여년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수도”라고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은 조선왕조의 궁궐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제목은 ‘만천명월 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은 말한다’이다.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을 구석구석 살피며 조선 건축의 아름다움,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사연들을 풀어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2)>는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들, 한양도성, 성균관, 동관왕묘, 덕수궁, 자문밖을 답사한 것이다.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들을 답사하며 현재진행형 수도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고, 조선 국초 계획도시로서 건설된 서울의 내력을 짚는다. 이 책은 서울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내밀한 사정들을 능숙하게 버무리며 독자들이 문화유산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