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해상물류의 거점 홍콩. 사진= CLO 김정현 기자

이커머스(전자상거래)는 이제 전 세계 유통업계가 공유하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의 산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무한 확장’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커머스는 인터넷 통신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무시되는 초연결 속성을 기반으로 한 상거래(Commerce)다. 그래서 장소에 관계없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판매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그러한 가운데 이커머스의 비약적 성장과 함께 과거보다 의미가 확장된 기존 산업군이 하나 있다. 바로 물류(Logistics)다. 돈이 오고가는 상거래는 보이지 않는 가상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지만 그 상거래로 판매되는 상품들을 누군가는 ‘직접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커머스와 물류는 일종의 불가분(不可分) 관계를 성립하며 동반 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물류’, 글로벌 유통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핫한 두 키워드는 전 세계에 많은 변화들을 이끌고 있다.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변화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이코노믹리뷰는 공급망 물류 전문매체 CLO 그리고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2017년 9월 13일 부터 17일까지 총 3박 4일 일정으로 글로벌 물류도시 홍콩, 중국의 경제특구 심천(深圳, Shenzhen)의 글로벌 이커머스-물류 기업들을 탐방했다.

탐방대의 목적지, 왜 홍콩인가?

실크로드(Silk Road)는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지나 터키 이스탄불과 로마까지 연결된 약 1만2000km에 이르는 동-서간 교역로다. 이 길을 통해 각 나라는 정치·경제·문화 영역에서 서로 많은 영향을 받았고 비단(Silk)와 같은 상품들을 주고받는 상거래를 했다. 

그렇다면 왜 탐방대의 나침반은 홍콩을 향했을까. 탐방대에 참가한 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특별행정구 홍콩(香港)은 예로부터 항만을 활용한 해상무역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도시였다. 그래서 홍콩은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 그리고 ‘글로벌 물류의 중심’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면서 "홍콩은 중국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이커머스가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관련 업계로 진출해 글로벌 단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는 곳이 바로 홍콩"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해상물류의 거점 홍콩 섬.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탐방대를 인솔한 홍콩 현지 안내자는 "홍콩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중국 해상무역의 관문으로 일찍부터 해상무역의 기지 역할을 하면서 물류산업은 홍콩의 전통적 산업기반으로 자리 잡아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추진으로 홍콩의 제조업 기반이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중국 주장강 하류유역의 삼각주)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 주강삼각주 지역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홍콩 물류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후 1997년부터 홍콩 정부는 무역과 관련한 물류산업을 4대 전략사업 중 하나로 여기면서 공항 컨테이너 항구와 물류 시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 출처: 애니홍콩 컨설팅, 홍콩통계청

여기에 최근 홍콩은 아시아에서 해외 온라인 거래(CBT, Cross Border Trade)와 라스트 마일(Last-mile,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단계의 ‘최종 물류’) 분야 스타트업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곳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이커머스, 물류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 이커머스 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홍콩은 자유무역항(무관세, 부가가치세 없음)으로서의 이점,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일찍 발전된 ICT 인프라, 우수한 물류 접근성 등 여러 면에서 이커머스 시장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시장 초기의 발전에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eBay)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KOTRA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홍콩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137억홍콩달러(약 2조원)를 기록해 전년대비 약 8% 성장했다. 2016년 홍콩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추세(2%대)를 이어가고 소매경기는 마이너스 성장(-8.1%)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산업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홍콩의 이커머스 비즈니스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커머스 통한 홍콩의 대외 병행수출(주로 전자제품), 두 번째는 유명 브랜드 병행수입 및 해외직구, 세 번째는 자체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 네 번째는 홍콩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그리고 다섯 번째는 홍콩 내 소규모 신생 온라인 쇼핑몰 등이다.

▲ 홍콩의 물류 정박항구. 사진= CLO 김정현 기자

우리나라의 이커머스는 전자 통신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지난 몇 년간 연평균 20~30% 성장률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최근 국내 시장의 한정된 수요만을 감당하는 한계를 마주하면서 정체기에 머물렀다. 이커머스를 표방하는 대기업들은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돼 마케팅 비용 경쟁으로 매년 수천억원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해외 시장 거래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즉, 이커머스의 성장에 비해 CBT의 역량은 한참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홍콩은 글로벌 규모로 시장의 확장을 계획하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여러 모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에 한국의 물류 허브를 표방하는 인천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커머스 스타트업과 물류 기업들의 해외 시장 판로 개척에 대한 정보 공유, 글로벌 기업들의 물류 체계 구축 노하우를 눈으로 확인하고 배울 수 있는 ‘해외 물류 유니콘 탐방대’를 조직했다. 해외 물류 유니콘 탐방대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 현지 스타트업과 직접 교류하며, 해당 지역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네트워킹, 비즈니스 협업 모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탐방대는 13일부터 16일까지 총 3박4일 일정으로 홍콩의 물류 스타트업 오픈포트, 이커머스 기업 라자다 그룹 홍콩 지사 그리고 중국 심천의 라자다 그룹 물류센터를 탐방했다.  

▲ 사진= CLO 김정현 기자

탐방에 참가한 김성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글로벌사업팀장은 “이번 탐방이 국내 이커머스 스타트업과 물류 기업들이 사업의 목표를 글로벌 단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글로벌 이커머스-물류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에서 이커머스와 연계한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