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공식> 대니얼 프리스틀리 지음, 이순영 옮김, 써네스트 펴냄

 

이 책을 읽으려면 개념 정리부터 해야 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배운 경제학 용어 ‘초과수요’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시장에서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가격이 오르고, 생산자는 더 많이 생산하게 되며, 소비자는 보다 적게 소비하려고 한다. 영어로는 ‘Excess Demand’라고 쓴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도 ‘수요초과’다. 하지만 영어로는 ‘Over-subscribed’다. 판매분보다 주문이 초과되는, 다소 제한된 상황이다. 이런 의미의 수요초과라면, 사업하는 모든 이의 꿈일 것이다.

저자는 수요초과의 원칙으로 7가지를 들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 ▲시장에서 분리되어야 한다 ▲시장 불균형의 네 가지 동인(動因) ▲환경을 만들 때 구매자가 생긴다 ▲남과 달라도 괜찮다 ▲가치는 생태계에서 만들어진다 ▲긍정적인 평판을 이기는 것은 없다.

이 가운데 두 번째 원칙 ‘시장에서 분리되기’에 경제학의 ‘초과수요’와는 완전히 다른 ‘수요초과’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 미국영화배우협회 회원은 45만명이 넘는다. 연기 수입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벌고 있는 배우는 고작 4500명이다. 전체의 1%다. 그나마 1년에 15만달러 이상 버는 배우는 1000명도 채 안 된다. 경제학으로는 심각한 공급초과 상황이다. 경제학 이론대로라면, 제작자들은 넘쳐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 제니퍼 로렌스, 엠마 스톤을 잡기 위해 돈보따리를 싸들고 다닌다. 이들을 출연시키면 관객들이 극장 앞에 장사진을 치기 때문이다. 이 배우들은 배우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샴페인 ‘모에 샹동’은 다른 스파클링 와인 가격의 변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늘 없어서 못 판다. 토리버치 핸드백과 신발은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할인하던 경기침체기에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도 다른 주식의 정상가격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 모두 시장에서 분리되어 ‘자신만의 시장’을 창출해냈다.

여섯 번째 원칙 ‘가치는 생태계에서 만들어진다’에도 주목할 만한 사례가 나온다.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TED에서 무료강연을 한다. 트위터에 요리 관련 글을 몇 시간씩 올리고, 온라인에서도 열심이다. 자선사업이나 학교현장에서 급식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모두 돈 버는 것과는 무관한 듯하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이 제품과 서비스로 이뤄진 생태계의 일부다. 가치를 만드는 것은 개별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시스템, 사람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합해진 생태계다.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 제이미 올리버는 결과적으로 많은 돈을 벌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생태계에서 찾아낸 ‘이기는 공식’이라면 함부로 바꿔서도 안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랙베리는 나름의 이기는 공식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블랙베리폰은 안전하고 튼튼하며 호환이 가능했다. 해킹하기가 어렵고, 기업이나 조직의 IT부서에서 통제할 수도 있었다. 이런 특장점 때문에 블랙베리폰은 개인으로는 인기가 없더라도 기업들에서는 수천 대씩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나, 블랙베리 제조사인 림(RIM)은 섹시하고 날렵한 디자인에 투자하면서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하려고 했다. 멋진 겉모습은 아이폰의 ‘이기는 공식’이었다. 결국 자기만의 생태계를 버린 블랙베리는 애플의 홈구장에서 경쟁하려다가 파국을 맞았다.

이에 비해 고급스포츠카 포르쉐는 항상 혁신을 하지만, 결코 승리 공식을 버리진 않는다. 개구리 모양의 911 시리즈는 1963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25년째 런던에서 같은 모습으로 공연되고 있다. 티켓 값이 비싸도 언제나 객석이 찬다. 오로지 배우만 바뀌었을 뿐이다. 호주 멜버른의 스테이크 레스토랑 ‘블라도스’는 수십년간 동일한 메뉴를 유지한다. 세계적인 저명인사와 정치인, 왕족, 갑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들이 남긴 사진 중에는 이런 글도 있다. ‘3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을 기념하며.’

일곱 번째 원칙 ‘긍정적 평판’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과 광고 비용에 대해 비관적으로 평가하면서 그런 비용을 줄여 제품과 고객서비스에 더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평판’을 높이는데 주력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수요초과를 원한다면, 사업 초기부터 4명으로 구성된 CDE(Campaign Driven Enterprise, 캠페인 주도 기업)팀을 만들어 운용하라고 강조한다. 4명은 해당 업계에 강력한 네트워크가 있는 ‘영향력 있는 핵심 인물’, 고객을 확보하고 판매하는 ‘영업과 마케팅 책임자’, 고객만족의 책임을 지는 ‘운영과 제품 책임자’, 그리고 ‘재정·물류지원·보고 책임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