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4차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외식업만큼 혼란스러운 영역도 업다. 우리나라의 음식점 수는 66만여개다. 매년 18만개의 음식점이 생기고 15만개가 사라지는 시장이 외식업계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단일 시장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창업을 하면 짧게는 3년, 적어도 5년 이상은 내다보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안개처럼 시장 전망이 뿌옇다. 핫도그·저가 커피·카스테라·테마 아이스크림 등 짧은 유행 사이클을 가진 업종들이 거리를 한 번 휩쓸고 가면 외식 시장은 쓰나미가 지나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외식사업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수익성 악화다. 원재료비 인상, 인건비 인상, 경쟁의 격화로 점포의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다. 한정된 인구가 하루에 식사를 하는 횟수는 정해져 있는데 편의점들은 점점 식품 취급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농산물 꾸러미 배송, 반찬 정기 배달, 식사 배달 서비스업체들이 기존 음식점들의 시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외식업을 둘러싼 사회 경제적 환경 변화도 눈이 핑핑 돌아갈 지경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구 구조 변화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혼밥과 혼술이 늘어나면서 점포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1인 가구들은 테이크아웃과 배달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점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 바로 반찬 전문점들이다. 반찬 전문점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우리가 오랫동안 봐왔던 동네 반찬가게다.

5평에서 10평 안팎의 규모에서 밑반찬부터 즉석반찬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 분야에서는 ‘오레시피’ ‘진이찬방’ 등 다양한 브랜드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마트에도 반찬코너들이 있고 재래시장에는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독립반찬 전문점들이 있다. 최근에는 기존 반찬 전문점과 조금 다른 업태도 등장했다. ‘국선생’이라는 브랜드는 반찬도 판매하지만 반찬보다는 국이 메인이다. 얼핏 생각하면 종류가 다양한 반찬은 몰라도 고객들이 국을 그렇게 많이 사먹을까 싶은데, 지금까지의 운영실적은 꽤 양호하다. 국은 반찬에 비해서 객단가가 높다. 또 추어탕과 설렁탕 등 가정에서 만들기 어려운 탕류가 생각보다 많다. 탕은 적어도 2~3인분 이상 구매하는 게 특징이다. 반찬에 비해서 객단가도 2~4배가량 높다.

서울 상류층 거주지에 위치한 ‘국선생’의 한 가맹점은 60대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6평 매장에서 월 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탄신도시에 있는 매장도 10평 규모에서 4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울 이수동 재래시장 부근에 있는 매장 역시 10평도 안 되는 매장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론 매출이 1000만~2000만원대에 이르는 매장들도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 매장들이 매출이 낮은 편이다. ‘국선생’ 가맹점포의 성과를 분석해보면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반찬이나 국류의 구매율이 높으며 싱글족 고객도 많지만 주로 자녀들을 위해서 반찬을 구매하는 주부들이 주력 소비층임을 알 수 있다. 국선생은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서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프리미엄 이미지가 남편보다 자녀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중산층 주부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반찬사업의 유형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정기 배송사업체들이다. 동원은 지난해 7월 국내 1위 반찬배달 기업인 ‘더반찬’을 인수했다. 이후 70억원을 투자해 서울에 대규모 조리 공장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반찬배달사업에 뛰어들었다.

‘힐링메뉴’는 고객의 특성에 맞게 주문형 식단을 구성하는 소분포장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반찬을 배송해준다. 암식단, 당뇨식단, 혈압식단, 신부전 식단, 시니어식단, 저염식단 등 1대 1 상담을 통한 맞춤 반찬을 배송해주고 있다.

‘홈앤찬’은 수제 반찬을 공장형이 아닌 수제를 내세우며 정기적으로 반찬을 배송해주는 사업체다. 패밀리형, 패밀리 주말세트, 키즈 반찬, 베이비 반찬 등 종류가 다양하며 주 2회 배송에 월 가격은 20만원 전후다. 가정에서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 없이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현재 반찬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총투자비 1억원대 내외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부터 ‘동원’ 같은 중견기업까지 규모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6차산업을 하는 농업기업들도 이 분야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소자본 창업자들은 소규모로 온라인 정기 배송 사업을 하든지 프랜차이즈 가맹점 혹은 독립적인 개인반찬가게를 운영해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70~80% 이상 가공된 완제품 상태의 반찬을 가맹점에 배송하면, 가맹점에서는 소포장으로 소분하고 약간의 추가적인 조리 과정을 거쳐 포장 판매를 한다.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반찬 가게들은 프랜차이즈 방식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반찬 판매점은 외식업에 비해서 원가가 높고 꼼꼼한 재고관리가 필요하다. 변화하는 식품 산업의 키를 쥐고 있는 반찬 및 가정간편식 시장에 도전할 골든타임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