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레노버 요가북 편

가끔 이런 생각이 드는 물건이 있다. 누군가 날 위해 만든 것 같다는. 레노버 요가북(YOGA Book)이 그렇다. 사실은 ‘예전의 나’에 더 어울린다. 요가북이 예전 나와 지금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일까.

#요가북의 척추 요가북은 희한한 물건이다. 노트북도 아니고 태블릿도 아니고 투인원도 아니다. 일단 노트북처럼 2개 판이 붙은 모양이다. 노트북보다 유연하긴 하다. ‘요가’북 아니랄까봐 유연하게 자세를 바꾼다.

가운데 힌지를 축으로 360도 회전한다. 일반 노트북 자세는 물론 바닥에 평평하게 펼칠 수도 있다. A자로 꺾어 테이블에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거꾸로 접으면 태블릿이다. 4단 변신 요가북이다.

힌지 덕분이다. 레노버 고유 기술이 담긴 프리미엄 워치밴드 힌지다. 수백 개 정교한 부품으로 구성된다. 지탱력이 상당하다. 어떤 자세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요가북의 척추나 다름없다.

▲ 출처=레노버
▲ 사진=노연주 기자

#연습장과 볼펜심 요가북을 펼치고 전원을 넣으면 키보드가 나타난다. 터치스크린 키보드다. 아직은 그래도 노트북 아니냐고? 힌지와 함께 ‘리얼펜’이 이 물건을 다른 존재로 만들어준다.

리얼펜으로 양쪽 패널을 도화지 삼아 원하는 대로 끄적일 수 있다. 필압을 2048단계로 감지해 표현해주니 현실 필기구 느낌이 충만하다. 리얼펜은 와콤이 제작했다. 디지털 입력장치 명가 말이다. 전문 용도로도 손색없을 듯하다.

리얼펜은 진짜 펜으로 변신도 한다. 말장난이 아니다. 진짜 잉크촉으로 전환할 수 있는 듀얼 펜이니까. 입력 패널에 종이를 얹고 필기하면 그대로 화면에도 나타난다. 디지털 정보로 손쉽게 저장 가능하단 얘기다. 제품 패키지엔 볼펜심 여분과 연습장이 들어있다. 감성 충전.

▲ 출처=레노버
▲ 출처=레노버

#내 물건이다 왜 내 물건이라 느꼈냐고? 난 미대 회화과 출신이다. 지금은 기자이니 무수한 또래 친구들처럼 전공 못 살린 케이스일지 모른다. 가끔 이런 소릴 듣는다. “지금은 그림 그리고 싶지 않아요?”

않아요, 님들. 학교 다닐 때 그림 열심히 그리는 학생은 아니었다. 현대미술에 빠져 난해한 실험(?)을 자주 했다. 노트에 아이디어를 끄적이는 건 참 좋아했다. 드로잉과 손필기로 스치는 생각을 기록해두려고 애썼다.

졸업할 무렵 잔뜩 쌓인 노트를 디지털로 옮기려 했다. 앞으로 내 자산이 될 텐데 노트에 두면 묻힐 아이디어들 같아서. 하나하나 옮기다 지쳐 그만뒀다. 가끔 옛 앨범 들추듯 꺼내보는 지경이 돼버렸다. 대학시절 요가북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미안, 내 노트북 요가북은 사이즈도 매력 있다. 꽤나 가볍다고 자부하는 내 사무용 노트북은 상대가 안 된다. 690g에 불과하니 가볍기로 유명한 L사 G모 노트북도 마찬가지로 상대가 될 수 없다. 또 정말 얇다. 펼쳤을 때 4.55mm(접으면 9.6mm) 두께이니 스마트폰보다 슬림하다. 어깨 아플 일 없겠다.

스펙은? 게이밍 용도가 아니라면 충분할 듯하다. 인텔 아톰X5-Z8550 프로세서에 램이 4GB다. 저장공간은 64GB인데 마이크로SD 카드로 확장 가능하다. 10.1인치 풀 HD IPS 디스플레이를 채용했으며 배터리는 15시간 지속된다. 지속력이 발군이다.

내가 사용한 모델은 윈도우 10 탑재 버전인데, 안드로이드 모델도 있다. 색상은 건메탈 그레이와 샴페인 골드 2가지다. LTE와 와이파이(WiFi) 모델로 나뉘기도 한다. 용도에 맞춰 취향껏 고르시길.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키보드가 사라졌다 터치스크린 키보드가 적응하기 쉽진 않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이 여전히 생소하다. 물리 키가 아닌데도 의외로 치는 맛이 있다. 타건하면 진동이 오니 치는 맛은 물론 구분감이 느껴져 이질감을 상쇄해준다. 무엇보다도 조용해서 좋다.

USB 장치를 함께 운용하기엔 불편한 감이 있다. 마이크로 USB, 마이크로 SD 슬롯, 마이크로 HDMI 포트까지. 온통 마이크로 투성이다. 일반 사용환경에 최적화되진 않았단 뜻이다. 너무 얇으니 이해는 간다. 블루투스 장치를 활용하면 괜찮다. USB변환젠더나 OTG젠더를 써도 되겠고.

▲ 사진=노연주 기자

#다시 크리에이티브의 시간 요가북과 오래 지내보진 않았지만 확신이 든다. 이 물건과 함께 묻어둔 온갖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내 과거와 현재를 이어줄 듯하다. 어깨 부담은 줄이고 크리에이티브는 살리고. 가격은 5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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